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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01. 2024

친누나가 1억을 모았다는데

신기하다. 1억이라는 돈이 어디서 일을 한다고 해서 벌 수 있는 돈도 아니고 억 단위의 돈을 모았다는 사람이 내 친누나가 될 줄이야. 물론 친누나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일단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다. 여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헤어스타일 꾸미기나 네일 등에 돈을 쓰지 않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몇 달이고 돈을 모아서 자체 할부(?)로 돈을 모아두고 한번에 결제를 하는 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돈을 쓰지 않는 것도 아니고 돈을 펑펑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의아하다. 어떻게 1억을 모았을까? 아빠가 돌아가시고 2-3년 후에 가족들이랑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누나는 돈을 이만큼 벌어놨으니 카페를 하나 차려서 창업을 해볼까? 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 당시에만 하더라도 6-7천 만원을 모았다고 했으니 1억을 모은지는 오래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그 1억이 내 돈도 아닐 뿐더러 내가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돈이나 조금이나마 나눠 가질 수도 없는 돈이다. 하물며 누나에게 돈 많이 모아뒀으니 용돈을 달라고 말 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온전히 누나가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이기에 관심도 가지 않고 부럽지도 않았다. 다만 1억이라는 돈을 일반 서민층인 누나가 모았다는게 참 신기할 뿐이었다. 다 죽어가는 우리 집에서 1억이라는 돈을 모은 사람이 있다는게 참 신기할 뿐이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듣게 되었다. 물론 친누나에게는 절대 말하면 안되는 일이지만 알아서 남자도 만나고 돈도 벌고 돈도 모으고 하는 걸 보니 왜인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했다. 아빠의 부재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줄만 알았는데 누나라도 희망을 가지고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모았다는 사실이 참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누나를 누나로서 존중하지 않았다. 항상 나보다도 어린애 같았고 부모님 앞에서는 항상 짜증과 투덜거리기만 하고 부모를 부모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같이 사는 집에서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서로 주고 받고 했었고 엄마에게만 매몰차게 하는 행동이나 말이 너무나도 가시돋힌 말이었기 때문에 나는 평생을 아빠와 누나를 싫어했다. 두 부녀는 성격도 잘 맞고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자연스레 2:2 구도가 되었었다.


그렇게 아빠의 죽음으로 균형이 무너지고 나까지 나와서 살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는 엄마가 굉장히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누나를 싫어했는데 이번 엄마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나니 누나가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이런 일반 서민들도 노력하면 억이라는 돈을 모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든 것 같았다. 억 단위는 소위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내 고정관념이 박살났던 순간이기도 했다.


멋진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간 겪어왔던 것을 미루어보면 혼자 돈 잘 벌어서 잘 모으고 잘 쓰고 좋은 사람 만나서 얼른 결혼해버렸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모든 남매가 그렇지 않을까. 너무 대단하지만 한 집에서 또 다시 같이 살고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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