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믿음직한 소나무같은 b.

하나의 존재를 관찰하는 시간

by empty

글을 쓸 때 목차의 개념을 잘 모른다. 사실 그런것까지 일일히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 목차따윈 생각하지조차 않기로 마음먹었다.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면서 결심이 섰다. #는 경험의 글, &는 관찰의 글이다. 어느정도 저것들의 형태를 생각해보았는데 #은 얽히고 섥힌 내 인생과 닮아있다고 생각했고 &는 하나의 선이지만 여러 갈래에서 오는 것들이 함께 엮어졌다고 생각했다. 이곳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라고나 할까-


제목의 #는 나의 경험,
제목의 &는 타인을 관찰하는 글이 될 것이다.





&1 의 주인공은 '소나무같은 b' 라고 명칭을 지어줬다. b는 내가 이 회사에 처음 오고 난 이후로 나와 가장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이다. 회사에 처음 온 순간부터 한동안은 자리에 앉아서 회사의 정보를 검색해보고 일반적이고 평범한 회사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더욱더 이 공간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회사의 정보를 검색하고 캐내고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보들을 계속해서 눈으로 확인하는데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짐작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혼자 이리저리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알아봤었는데 대표님의 회사설명으로 나의 수많은 온갖 생각들을 한번에 정립시켜주셨다. 회사 자체 브런치가 있어서 그쪽으로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하나하나 면밀히 살피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브런치 글이 꽤나 길고 장황함에도 불구하고 읽히는 맛이 있었고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데도 한곳에서 어우러지며 살아갈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었던 글들이 참 많았었다.


그러고 난 후 b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주었고 회사에 대해 설명을 다시 한번 해주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풍기는 첫 아우라의 느낌은 마크 주커버그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연구나 개발, 즉 머리쓰는 이공계 계열의 사람과 친해져본 적이 없다. 가깝게 지내본 적도 없고 유일하게 있는 친구가 프로그래밍을 하는 친구이긴 하지만 개발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b의 인터뷰와 정보들을 찾아보니 굉장히 실려있는 개발자였고 대학교에서도 상을 수상했고 창업까지 했을 정도로 굉장히 실력이 탄탄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아마 첫 인상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검은색 반팔 티셔츠에 짙은 파란색 청바지였는데 밑단이 아마 쭈굴쭈굴 했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신발은 유행을 타는건지 타지 않는건지 모를 정도로 새로운 개념의 신발이었다. 나는 패션의 f자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인터넷에서 그런 짤을 본 적이 있다.

cd55a54f77f1554e185dfd320f0c5611_res.jpeg 내가 처음 느꼈던 느낌을 다 같이 느껴보자.jpg


이 짤을 아직도 기억하고 기억해냈다는게 참 신기하다. 머릿속에 얼마나 각인이 되었으면 이랬을까 싶다.

여하튼 b와 첫인사를 나누고 업무적인 인수인계를 받고 차근차근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갔다. 나는 누구를 처음 만나더라도 매우, 극도로 긴장을 하는 스타일이라 상대방의 친절 여부와 다정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는 모든 사람, 모든 존재가 긴장으로 일원화 되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나에게도 b는 긴장을 유발시키는 존재였다. 그것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첫 만남'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야기를 하고 업무적인 대화를 하면서도 존재 자체가 참 선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조금 많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당황하는 일도 많았고 어떤 것이던지 받기만 하는 것이 정말 미안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아직까지도 미안한 마음이 그득그득하다. 나는 받는 것을 참 못한다. 가지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받으면 반드시 갚아야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아빠가 7남매 중 첫째였으니 빚 지는 걸 싫어하게 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b와는 매일 업무적으로나 인간관계적으로나 항상 스친다. 스친다고 표현하기보단 항상 함께하는 것 같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b에게 연락을 하는 일이 당연해지고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적으로 공유를 해주곤 하는데 불편한 내색 없이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경청'이라는 단어와 꽤나 잘 어울리는 존재라고 느낀다. 내가 한참 유리방황을 하고 있을 때 밥을 같이 먹자고 손을 내밀어준 것도 b였고 아직까지도 내가 이곳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까봐 아직까지도 같이 밥을 먹는 존재다.


내가 b보다 4살인가 5살 정도 더 나이를 먹었다지만 배울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거진 한 달 가량 함께 먹고 지내면서 느낀 점은 '생각이 열려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능숙하게 조율할 수 있는 테슬라 전기 자동차' 라는 느낌이 들곤 했다. 최근에 우연한 계기로 테슬라 전기차를 얻어타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테슬라는 차 내부에 물리적 버튼이 단 한개도 없었다. (혹시 모른다. 어두웠을 때 탔던거라 한 두개 정도는 있을지도..?) 차 내부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모든 것을 조작해야한다. 트렁크부터 헤드라이트까지 전부 다 터치식으로 되는 것을 보고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는다면 + 기계를 다루기 힘들어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차를 운전하는 것조차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면에 있어서 b는 참 어른스럽고 성숙한 사람인 것 같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먼저 웃으며 다가가며 장난치고 늘 환대하는 느낌으로 텐션있게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늘 받기만해서 조금씩이나마 돌려주고 싶은데 자꾸 거부한다. 밥을 사줬으면 커피정도는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또한 못하게 막는다. (사실 지금 어쩌다보니 통장 잔고가 n만원 가량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커피 한 잔 정도는 사줄 수 있는데..)


모르겠다.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바글바글 댈 줄 알았는데 이상한 곳이라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이 나라에서 통용적인 이념과 사회의 분위기를 따라가지 않아서 이상하다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사회와 다르게 친절하고, 사람이 선하고, 열정이 많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하는 것들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나는 이곳을 더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상한 사람들, 난 그 사람들이 좋다. 나도 이상한 곳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 나처럼 방황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고싶다. 그 수단이 돈이던 글이던 어떠한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싶다. 무지막지한 찬양글이 되어버렸지만 나는 누군가의 좋은 점과 이로운 점, 장점을 찾아주고 싶다. 아, 이렇게 쓰다보니 저 세 가지는 모두 한 단어로 표시할 수 있는 말이였잖아? 한 사람의 단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점을 캐치해서 알려주고 싶다.


"당신은 이런 것에 어려움을 느끼겠지만 내가 보는 당신은 훨씬 더 무궁무진한 사람인 것 같은걸요?" 라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보람찰까. 이런 말을 듣는 상대방은 얼마나 기쁠까. 본인이 모르는 매력이나 장점을 잊고 부정한 채 살다가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신기할까. 나도 이곳에 와서 많이 느끼고 바뀌었듯. 같은걸까. 같은 것 같다. 아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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