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겠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요즘 나의 생활은 그저 로봇과 같은 생활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월세를 내려고 아등바등 살고 원룸보다 비싼 오피스텔의 관리비를 내려고 처절하게 살아가는 걸 보면 내 상황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웃음이 많아졌냐 물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웃음이 되려 사라졌다. 그리고 즐겁고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즐겁지도 않고 인생을 무슨 재미와 즐거움으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밥을 하루 한 끼만 라면으로 때우더라도 부족함이 없다고 느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제대로 된 밥이 아닌 라면으로 하루를 버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때인데 그때가 지금인 것 같아서 몹시 슬픈 상황이다.
그럼 내가 즐거운 일을 하지 않아서 즐겁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뭘 하더라도 즐겁지 않고 흥미를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가지고 싶은 것들을 가지려는 의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땅바닥에 처박혀 있는 느낌이다.
돈을 벌어도 그저 ‘돈이 통장에 들어왔구나’ 수준에서 끝나곤 한다. 그 돈으로 미래를 그리거나 무언가를 더 해서 발판을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돈이 적어서가 아니다. 내 수준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고 그 정도를 벗어난 수준의 돈을 받아도 나는 지금과 별 다를 것이 없다.
청량리에 남아있던 정신병원에서 마지막 결과는 의욕이 없고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판정이었는데 지금 다시금 쿨타임이 돌아서 다시금 돌아온 것 같다.
인생이 즐겁지 않고 더 이상 살아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내가 더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술을 끊고 식단 조절을 해야만 하는데 그걸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인생은 이미 망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상황을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극심하게 극단적으로 몰려있는 내가 잎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