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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Nov 06. 2024

늘 선택하는 것마다 실패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늙어서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늘 집구석에만 박혀서 컴퓨터나 하고 있으니 감을 잃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활은 지금 너무나도 불행의 연속이다. 무언가를 하려고 선택하면 그 선택지는 항상 실패와 직결된다.


예시로 들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제는 당근을 했다. 어디선가 주워온 의자 뒷받침대가 목 근처까지 오는 나름 괜찮은 의자를 주워왔는데 이 의자로는 좀 불편하다는 걸 항상 느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당근에 게이밍 의자가 만원에 올라와 있었다. 올려둔 사진만 보더라도 상태가 굉장히 괜찮아 보여서 다급하게 연락을 했다. 혼자 사는데 제발 팔아줄 수 없겠냐고. 보통은 그렇게까지 처절하게 애원하지는 않았지만 이 상태에 이 가격이라면 충분히 해볼 수 있는 도전이었다.


그렇게 판매자와 연락이 닿았고 오늘 중으로 가져갈 수 있냐는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차가 없어 직접 가져간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의자 무게가 있어서 가지고 가는 건 어려울 것 같아서 판매를 못하겠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나는 머리를 망치로 후려친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당근 중고거래를 많이 해왔던 사람으로서 판매자는 말 그대로 '판매'만 하면 될 일이다. 무게가 무거워서 가져가지 못해서 용달을 부르건 업고 지고 가던 그것은 구매자의 역할이다 그리고 책임이다. 판매자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까지 배려 아닌 배려를 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나서 그런지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알아서 가져갈 테니 팔아만 달라고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5시간이 넘게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그래, 내 물건이 아닌 거겠지- 하고 넘겼는데 저녁 8시가 넘어서 연락이 왔다. 미리 예약해 둔 사람이 구매하지 않는다고 하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을 했고 앞 구매자가 불발이 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판매를 하겠다고 했다. 당근페이로 입금을 해달라고 했고 입금을 했음에도 그 판매자는 예약 중이라는 상태를 변경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했다. 입금은 하고 난 뒤 "혹시라도 다른 분이 가져가시거나 취소되지는 않을까요?"라고 굉장히 매너 있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네 없어요"라는 다소 딱딱한 말이었다. 말투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20분 되는 거리를 걸어서 갔고 의자를 끌고 20분을 다시 돌아왔다.


뭔가 의자가 이상하게 생겼긴 했지만 전체적인 상태는 괜찮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앉아보는 순간 "게이밍 의자가 이렇게 앞으로 쏠려있나?"라고 말을 하면서 의아심이 들어서 인터넷으로 게이밍 의자 앞 쏠림으로 찾아보니 조립하는 과정에서 앞뒤가 바뀐 경우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글을 읽기 전까지 나는 왜 항상 사 오는 것마다 실패하고 내가 선택하는 것마다 실패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그저 내가 운이 좋지 않은 걸까라고 생각해 왔지만 내가 선택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까지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이 많아졌었다.


혼자 사는 집에 공구가 완벽히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당장 이 의자를 분해해서 제대로 조립을 해서 당장 앉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몇 십 번을 고민을 하다 유일하게 있는 드라이버를 찾아봤다. 다이소에서 산 드라이버였는지 모르겠지만 드라이버 자체에 아주 작은 수납함에 드라이버 헤드들이 들어있었다. 그중에 정말 기적적으로 육각형으로 생긴 드라이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해체와 조립을 해서 정상적인 의자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번엔 단순한 중고거래에서 실패했다 뿐이지만 요즘의 내 선택은 모든 것이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고민해서 사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패배했다는 느낌만 받게 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이렇게 실패한 삶을 계속해서 살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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