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지막 날이구나

시간이 참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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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이렇게 마지막 날을 아쉽지 않게 보내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점점 나이가 들고 동심이 사라져서 그런지 이제는 크리스마스나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생각이 없다. 기념일이라고 꼭 챙겨야 한다는 그런 생각들도 많이 잦아든 것 같다. 사실상 친구가 없어서 이런저런 기념일을 보내본 적이 없고 젊은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면서 술 마시고 이런저런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일단 가장 크게는 돈이 여유가 없다는 데에 있을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이렇다 할 마음을 공유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친구가 없는 이유는 다 내 손으로 이지경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누굴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온 것에 대해서도 후회는 없다. 항상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내가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나는 그렇게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설령 좋은 관계를 만들어놨다가도 금방 싫증이 나거나 순간 튀어나오는 감정들이 무수히도 많기 때문에 이 감정들을 오롯이 이해해 주고 받아들이는 친구들은 절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은 왜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냐며 답답하다고 이야기를 했고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기 바빴다.


어렸으니까 그랬을만하다. 재밌는 것만 좇아도 모자란 마당에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하기 싫다 안 좋아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 내 입장에서 바라봐도 지긋지긋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걸 고치는 방법을 몰랐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이 아니고 가면을 쓴 사람이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까지 숨기면서 친구관계를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항상 들었었다.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숨기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숨기면서 생활을 하는 것이 맞았겠다 싶다.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지만 곁에 누구라도 있었을 때 조금만 내 성격을 죽이고 조금만 힘든 것들을 숨기고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한 명이라도 내 주변에 남아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돌이킬 수 없기도 하고 이미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고 상처를 받았기에 그런 관계에 더 이상 목매달지 않는다. 후회하고 싶지도 않고 후회할 수도 없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금 나에게 처한 상황일 뿐이다.


어느덧 마지막 날도 5시간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생각이 많아져서 기분이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많이 생겨나지만 늘 그랬듯 마지막 날은 찾아오고 새로운 날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날의 반복인 삶이라서 딱히 굉장히 기쁘다거나 설렌다거나 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냥 마지막 날이구나 마지막 날이니까 핸드폰 화면이나 캡처해서 간직해놔야겠다 싶은 마음밖에 안 든다.


한 살 더 먹게 되면 사실상 사회생활이나 회사생활을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알바 지원을 하면 20대 때처럼 연락이 바로바로 온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건 벌써 삼십 대 중반의 정점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뭐 나이야 항상 매년 먹는 일이고 정말 절대적으로 아무런 감흥이 없다.


감정이 메마른 건지 감정이 사라진 건지 정신을 놔버린 건지 어느 쪽인지 절대 가늠할 수 없는 일들 뿐이지만 시체처럼 아무 생각이 없다. 기념일이라고 거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도 새해를 맞이해서 어딘가를 여행을 다녀온다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다. 원래 그랬지만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잘 다니지도 않아서 그런지 어디를 놀러 간다거나 국내여행에서부터 해외여행까지 많이 다니지 않는 것이 기본값인 우리 가족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다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서운하거나 화가 나지도 않는다. 내 인생에서 웃음도 즐거움도 거짓말 조금 보태서 행복까지 사라져 가는 것 같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이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좀 괜스레 생각이 많아진다. 난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내 자의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뿐인데 나한테 왜 그렇게 사냐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딱히 인식을 하지 못했는데 내가 이렇게 사니까 이런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고 외로울 것 같은데 과연 내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행복하고 즐겁고 빛났으면 좋겠다. 미래도 없는 나보다는 남들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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