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by empty

2-3년 전부터 살이 급격하게 많이 쪘다. 물론 나는 음식을 많이 먹는 대식가는 아니다. 어려서부터 밥을 잘 먹지 않고 과자나 음료수만 입에 달고 살았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엄마는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면서 먹이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밥을 먹지 않고 딴짓을 하면 내가 보는 앞에서 밥 먹지 말라고 소리를 치고 싱크대에 먹던 밥을 버렸다고 했다. 물론 너무 어렸을 때의 이야기라 하나도 기억나지는 않지만 엄마가 너 어렸을 때는 밥을 정말 먹지를 않고 먹더라도 찔끔 먹고 다 먹었다고 배부르다고 돌아서면 또 다른 거 먹고 배고프다고 징징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술을 마시기 전까지는 65kg를 넘겨본 적이 없다. 그때는 술을 마셔도 안주를 많이 안 먹고 술만 먹으면 소주 다이어트가 될 거라는 소문이 많이 돌았어서 깡소주만 들이켰어도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 몸의 체질이 바뀐 건지 그렇게 먹어도 살이 빠질 리 없었고 오히려 월 단위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물론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마셨던 날도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빼기 힘들 정도로 살이 찔 줄은 몰랐다.


그래서 몇 달 전에는 나름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계란을 삶아 먹거나 양상추에 소스를 듬뿍 뿌려서 먹기도 했다. 나 나름의 생각으로는 양상추에 소스를 뿌려서 먹으면 다른 음식을, 야식을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무식한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게 했었어도 살이 빠질 리가 없었다. 음식을 먹는 양보다 술을 먹는 양이 더욱 많았기 때문에 음식을 조절한다고 다이어트가 되지 않았다. 술을 끊으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술을 끊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유일한 낙이라고 생각한 것까지 하지 못한다면 나에게 인생의 재미는 무엇일까?라고 계속해서 생각했고 술을 안 마시는 날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술 생각이 나니까 그날에는 억지로 밥도 많이 먹어보고 점점 술 생각이 많이 나는 시간대가 되면 일부러 과자를 먹고 음료수를 먹어서 대체제를 찾으려고 했었다. 그리고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술을 마시지 말아 보자라고 생각해 봤지만 그것도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그렇다고 집 밖을 돌아다니면서 생산적인 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굉장히 정적이고 분위기가 조용한 걸 좋아한다. 물론 외출을 하면서 듣는 노래는 전혀 조용하지 않은 덥스텝을 듣는다거나 J-POP을 즐겨 듣는다거나 하는 걸 보면 딱히 조용한 걸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집 밖에서 발라드나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게 되려 답답한 경우도 있었다. 이미 세상은 반쯤 미쳐가고 있기 때문에 조용한 걸 듣다가 괜히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싸움이나 분쟁에 감정조차도 휘말리기 싫은 느낌이기 때문.


이제부터는 계란을 좀 많이 삶아두고 하나씩 꺼내 먹으면서 먹는 걸 조금이라도 조절해 봐야겠다. 물론 그런다고 몇 년 동안 축적되어 온 술배가 하루아침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100kg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간도 안 좋고 허리도, 팔목도 사방팔방 좋지 않은 마당에 살까지 더 쪄버리면 세상으로 나갈 자신감도 사라질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자신감도 사회성도 굉장히 결여되어 버려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도 극도로 긴장이 되고 어니선가 무언가를 물어볼 때 질문 자체가 바보스러운 질문을 할 때도 간혹 생겼던 것 같다. 저번에는 무겁지 않은 참치를 먹고 싶어서 주문하려는데 문득 회나 참치를 주문해서 먹을 때 늘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남기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서 그랬는지 주문할 참치가게에 전화를 했다.


참치가게 사장님 : 네 여보세요?

empty : 아 안녕하세요 뭣 좀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참치가게 사장님 : 네~

empty : 제가 쿠팡이츠로 참치회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참치 먹다가 남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참치가게 사장님 : 네? 어디서 뭘 시킨다고요?

empty : 쿠팡이츠로 참치회 주문하려는데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서 남기게 되면 어떻게 보관을 해야 할까 싶어서요

참치가게 사장님 : 먹다가 해동된 거 다시 얼리는 것보다 드시기 전에 빼서 얼려두고 2-3일 내에 드시면 돼요

empty : 아 미리 빼놓고 먹으면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주문할게요~


라는 대화였다. 물론 나는 너무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상대방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 긴장을 하고 떨리기 시작한다. 요즘 이게 참 문제라고 생각이 드는 게 너무 긴장을 해서 물어봐야 할 질문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어버버 하면서 질문 자체가 바보가 되어간다고 느꼈다.


위의 대화에서 물어보고 싶었던 건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은데 남은 참치는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요?'가 질문의 요지였다. 보통 인터넷으로 참치 보관방법을 찾아보면 해동지라는 걸로 참치를 감싸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로 감싸기 때문에 집에서 보관할 때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그걸 물어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저 참치가게 사장님도 답답했겠지 당연히 빼놓고 먹으면 되는 건데 그걸 굳이 전화까지 해서 물어봤으니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참치까지 와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술이 가져다주는 리스크는 굉장히 큰 것 같다. 사람을 이렇게 바보 천치로 만들다니. 난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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