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한심하게 생각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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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엄마는 어려서부터 아빠가 치열하게 살아온 삶을 같이 보면서 동행했기 때문에 자식들한테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아빠의 자세한 삶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십몇 년 되는 삶을 회사의 영업맨으로 살아왔고 회사생활이 맞지 않아서 인쇄업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심지어 대형 인쇄기계도 몇 대 마련하고 건물을 임대할 정도로 괜찮은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휘청거리는 일이 발생한 이후로 쭉 내리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 열심히 살아서 내가 더 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가정주부로 평생을 살아온 엄마가 생활비를 올려주지 않는다고 짠돌이 남편이라고 속으로 원망하면서 살았을까? 엄마의 생각은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니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아빠를 탓했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친동생들을 챙기기 급급했고 엄마에게는 아직까지도 크나큰 상처가 됐다고 이야기를 했고 한 번씩 이야기를 할 때면 잘 죽었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미련은 없다고 했다. 아마도 아빠가 은연중에 엄마에게 상처를 많이 줬던 것 같다. 실제로 집안에서 싸우면 엄마는 안방에 들어가서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 정도로 스트레스와 상처를 많이 받았었고 나 역시 그 모습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있는 엄마가 나에게 문득 그런 말을 했다. 타지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문자, 전화 한번 한 적이 없으니 되려 걱정스러운 마음에 연락을 먼저 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일은 하고 있는지 아직까지도 술은 많이 마시고 있는지 등 많은 것을 궁금해했고 나는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드렸다.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과 스트레스, 술에 찌들어 기절하듯 잠을 자는 것부터 해서 엄마랑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나에게 쌓인 감정들을 우수수 털어냈다.


나는 30대 중반이라 이제 mz니 젊은 세대니 하는 것들과 사실 거리가 멀다. 아빠와 엄마 나이차이가 8살이 났고 그런 아빠를 보면서 자란 탓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리광을 피운다거나 예의 없는 것들을 매우 싫어한다. 예의 없는 행동, 말투, 상대방을 까내리는 듯한 어투 등 모든 것이 젊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나마 힘든 내색을 잘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나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기 일쑤였지만 나이가 들고 가족들을 하나 둘 잃다 보니 나 혼자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탓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이 나를 이렇게 숨기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속앓이를 하는 사람으로 만든 걸까?


그렇게 엄마에게 하소연이란 하소연을 40분가량 했다. 엄마는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면서도 내가 아는 엄마라는 존재가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말이 있다.


"네가 너무 힘들어서 못 버티겠으면 집으로 들어와. 그리고 즐겁게 살아"


내가 아는 엄마는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내가 20대 군입대를 하고 전역을 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말 오랜 기간 방황을 하고 있었을 때, 그리고 회사 면접을 보러 가고 합격을 해서 회사를 다니다가도 무언가가 너무 안 맞아서 금방 그만둘 때면 엄마는 나에게 늘 잔소리를 하는 존재였다. 어느 회사를 다니던 너를 다 좋아하고 네가 마음에 드는 회사는 없다 근데 왜 더 다니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하고 나왔냐-를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잔소리를 하다가 내가 정말 그렇게 많은 회사들을 다니고 그만두고를 반복하다 보니 엄마도 제 풀에 지쳤던 탓일까 어느샌가 그렇게 사는 나에게 많은 잔소리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런 엄마가 나에게 저런 말을 해주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 놀랍다기보다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내가 되물었다.


"엄마는 그런 말 평생 안 하다가 왜 이제 그런 말을 해?"라고 물어보니 엄마의 대답은 생각보다 간결했다.

"평생 가정주부로 살다가 아빠가 죽고 나서 사회로 나와보니 네가 왜 그렇게 힘들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울고 상처받고 마음의 문이 닫혔는지 알겠더라. 그리고 인생 길지도 않은데 스트레스받으면서 그렇게 살지 말고 즐겁게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물론 이렇게 100% 정확하게 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날 사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40분을 밖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런 어투로 말을 했다. 힘들면 언제든 집으로 들어와라, 즐겁게 살으라는 말.


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열심히 살지 않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할 수 있으면서 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있는 중인데 남들이 바라볼 때의 나라는 인간과 나라는 존재는 한심하고 왜 저렇게 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도 안 되는 글을 쓴답시고 감정소비와 돈은 돈대로 나가고 있으니 그렇게 바라보는 게 당연한 것 같다.


20대 때 가장 크고 긴 방황을 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방황의 터널은 점점 더 깊어지고 커지고 어두워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뭘 하더라도 솟아날 방법은 없는 것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늘 즐겁게 행복하게 산다는 말이 나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옆집에 살던 할머니와 그 아들을 보는 느낌이다. 그 옆집에 살던 할머니와 자식은 집 밖으로 잘 나오질 않아서 마주치기도 어려웠으면서도 그 자식은 집에서 나오질 않고 정말 뚱뚱한 폐인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런 사람이지만 나도 점점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무섭다.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더라도 흥미가 금방 식는 이유가 뭔지, 주변에서 나에게 하는 말들은 왜 이렇게 차갑고 아픈지, 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나에게 끊임없이 하는 건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이 있어서 그 힘을 모두 써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건데 사람들은 왜 항상 부족하다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 건지, 아무 말 않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사람은 왜 없는 건지, 왜 다들 나에게 한 마디씩 거드는 건지, 왜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나는 항상 고통스러워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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