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로 다시 들어온 이유가 있겠지만 들어오자마자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가 하나하나씩 쌓여가고 있다.
돈이 없어서들 그런지 전기세나 수도세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관리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이제 막 집에 들어온 나에게 이거 저거 하지 마라 이렇게 하지 말아라 잔소리를 하나부터 열까지 해대기 시작한다. 방 등을 하루종일 켜둘 수 없으니 집에 굴러다니는 이케아 조명을 대신 켜두고 있지만 그 모습도 꼴 보기 싫었나 보다. 저걸 밤새 켜고 있으면 전기세가 더 많이 나온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 나이 먹고서 이 집에 다시 들어온 나도 염치없고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집을 본인이 산 것처럼 행세하는 그 꼴은 우습기보단 이제 슬슬 역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집 밖으로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것도 나름이지 매일같이 집 밖으로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에는 의자도 책상도 모니터도 없어서 연식이 오래된 맥북으로 겨우겨우 버티고는 있지만 돈을 얼른 써서라도 책상이랑 의자랑 다 구비해서 방에서 나가지 않아야겠다. 마주치지 않는 게 최선일 것 같다.
30대 중반인데 밥 한 끼 차려먹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밥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으면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잔소리를 해댄다. 왜 그런 걸까? 그냥 알아서 먹고 알아서 살 텐데 왜 그렇게 못 미더운 듯 행동하고 말을 하는 걸까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내일은 전입신고도 해야 하고 카메라 점검도 받으러 가야 하고 해야 할 일이 꽤 많지만 첫날 이 집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잔 이후로 계속해서 자다말다를 반복해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제쯤 나아질까 삶도 내 형편도
매일같이 통하지 않는 말로 일방적인 대화를 하고 일방적이지 않은 대화는 없다. 최소한 내가 이 집에 살지 않았더라면 일방통행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집안에 들어온 이상 보호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것들을 통제당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매일같이 집 밖으로 돌아다니고 싶지만 나에게는 그럴 수 있는 형편과 재정적인 상황이 뒤따라주지 않는다.
하루라도 더 많이 술을 마셔서 무슨 병이라도 걸린다면 이 지긋지긋한 삶을 끝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