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민 끝에 산 카메라

보증금 대신이라고 생각하니 눈앞이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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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해왔었다. 어떤 회사의 카메라를 구매해야 하는지,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는지 어떤 부가적인 것들을 사야 하는지 정말 무수히 많이 고민해 왔다. 족히 6개월은 걸렸던 것 같다. 사실 더 오래전으로 돌아간다면 훨씬 오래전부터 카메라에 대한 열망이 있더랬다. 중학교 졸업선물로 그동안 코 묻은 돈을 모아서 가족들의 도움을 받고 카메라를 처음으로 샀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렇게 카메라 세계에 처음으로 입문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카메라를 들고 전라도 광주까지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을 보겠다고 내려가서 이런저런 사진들을 찍어대면서 친구들이랑 좋은 시간을 보냈었던 적도 있었고 크게 잘 기억나는 일들은 많이 없지만 그 카메라로 대학교를 다닐 때 학교 행사로 찾아온 가수의 사진을 찍어서 싸이월드에 올려서 친구들과 교수님들에게 보여드렸던 적도 있었고 학교 체육대회 때나 축제 때 친구들과 학교 행사 사진들을 찍어줬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렇게 몇 년 동안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부분은 기계에 대한 갈망이었다.


물론 카메라를 구매하는 그 시절에 그렇게 좋지 않은 카메라를 억지로 산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알아봤고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으며 구매하면 참 잘 찍고 다닐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정말 큰 오산이었다.


그때 당시에 구매했던 카메라는 크롭바디라고 카메라에 들어가는 판형이 작다. 크롭, 풀프레임, 라지포맷 등 다양한 카메라들이 있었지만 구매할 때 당시에는 그런 것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핫바리(?) 같은 크롭바디 카메라와 기본 렌즈, 아빠가 오래전에 수동 카메라에 물려 사용하던 망원렌즈로 버티면서 사진 생활을 하기도 했다. 아, 추가로 기억났는데 소녀시대의 태연이 라디오 디제이를 맡으면서 어떤 행사를 장충체육관에서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맨 앞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을 소녀시대 팬카페에 업로드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사진들을 보고 다른 팬들이 사진 잘 봤다고 인화권을 선물로 보내주거나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도 따스함을 느껴 종종 오프라인 행사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던 경력도 기억이 났다.)


그렇게 카메라를 구매하고 약 18년 만에 돌고 돌아 카메라를 다시 샀다. 금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합리적인 수준에서 잘 구매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상태도 렌즈 상태도 굉장히 굉장해서(?) 고가의 장비를 처음 구매하면서 만져볼 때마다 손이 떨려서 부들부들거렸었다.


나에게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이만큼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 봤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월세 보증금으로 지불은 했어도 잠시 맡기는 개념의 보증금과는 달리 카메라는 감가상각이 치명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구매하자마자 뽕을 뽑거나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음과 동시에 응원해 주는 사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이제 술도 조금씩 줄여보고 아침저녁으로 바뀐 생활패턴도 슬슬 바로잡을 때가 다 된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비싼 카메라를 샀다고 인생이 술술 풀리는 건 절대 아니겠지만 이걸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라는 것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한심스럽기만 하다.


여담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나의 가족은 나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무식하다고 욕을 할까 뭐라도 해볼 수 있으니 기다려줘야겠다고 생각을 할까. 하지만 내가 들은 마지막 말은 "30대 중반이나 되어서 돈도 못 벌고 밤낮으로 술이나 퍼마시는 게 정상이야?"라는 말이었다.


언젠가 드라마에서 보고 했던 말인 것 같다. 가족이 가장 큰 가해자라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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