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싼 카메라를 샀다고 애지중지하면서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노심초사하면서 지낼 이유가 있을까 싶다. 물론 지금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기억은 돌아가서 '아, 이거 너무 아까운데 돈 버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과 고민을 해대겠지만 결국 나는 이미 인생이 미련이 없기 때문에 그 카메라도 사실 내가 죽으면 유에서 무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가진 돈은 카메라를 제외하고 400만 원 정도 된다.
상황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당장 남아있는 엄마가 무슨 병에 걸리거나 당장 죽을병에 걸려서 몇 개월 만에 돌아가신다고 가정을 해보면 엄마의 장례비용이나 그런 부대비용들을 쓸 돈이 없다. 물론 집을 팔아서 그런 과정들에 대비를 하겠지만 지금 나 자신으로만 바라보자면 장례를 치를 돈도, 무슨 사후처리를 할 돈도 없다.
그러니까 내 인생은 그냥 여기까지고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다행이고 나보다 엄마가 먼저 삶을 마감한다면 그마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오는 상황인데 그깟 카메라 하나 샀다고 흠집 하나, 스크래치 하나 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내 새끼처럼 다루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결국 나도 죽어버리면 그 카메라는 제 값을,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죽는 것과 진배없을 뿐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1월까지 폐인처럼 살겠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살아가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카메라 걱정, 이 집에서 같이 살아갈 걱정, 돈이 없는 걱정, 집 밖으로 나돌아 다니면 하나부터 열까지 돈이라서 단 천 원이라도 아끼려는 내 모습이 너무 역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제 일정에는 따릉이를 결제해서 타도 됐었는데 1시간에 1,000원 2시간에 2,000원인데 1년 치 정기권을 결제하면 18,000원밖에 안 하는 걸 보고 나는 왕복 한 시간 거리의 고용센터와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3-40분을 걸어 다녔다. 1천 원씩 두 번이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돈도 쓰는 게 아깝다고만 느껴져서 그렇게 한 행동인데 참 후회스럽고 거지처럼 산다는 말이 이런 거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늘 걱정에 재미없고 즐겁지도 않고 우울해서 당장이라도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을 살아갈 것 같으면 그냥 카메라도 내려놓고 돈도 모아둔 돈 다 탕진해 가면서 쓰면서 미래 생각하지 않고 하루살이처럼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내 앞으로 들어있는 유일한 보험과 핸드폰 비용, 교통비, 생활비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고 지옥 같은 이 집에서 아직까지도 나를 애처럼 바라보는 가족들만이 존재할 뿐이겠지 그리고 나는 그들의 말을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을보다 더 못 한 입장이 될 테고 그렇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이후에는 난 우울해서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정말 죽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지.
이 집구석에서는 나에게 돈을 줄 형편도 되지 않거니와 내 앞길은 내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 산다는 것도 웃기지만 언제까지 버티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이렇게 사는 게 정답도 아니고 오답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생각보다 결정이 쉬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남은 돈으로 흥청망청 쓰면서 지금을 사는 게 좋을까 아주 작은 미래라도 도모하면서 사는 게 좋을까.
근데 내가 이렇게 사는데 나랑 미래를 할 사람이 있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