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오후 늦게 일어나는 게 문득 내가 항상 생각해 온 것처럼 밤낮이 완벽히 바뀐 것이 문제가 아니고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집으로 들어오기 전보다 술을 더 많이, 오래 마시고 있어서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일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누구나 그렇듯이 인간은 평생 건강을 영위하면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몸이 고장나버리는 순간 사람들은 대부분 병원을 가거나 운동을 하거나 미리 약을 먹어서 대비를 한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말 말 그대로 빨리 죽고 싶은 마음인지 아니면 이렇게 살다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는 걸까. 누군가가 나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왜 저렇게 생각 없이 살지? 미래를 대비하지 않지?' 물론 그런 말이 맞기도 하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오래 사는 것도 신이 준 축복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 사고부터 시작해서 폭발, 살인 등 정말 바람 잘 날이 없는 세상이기도 하고 취업부터 돈을 벌지 않으려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뉴스까지. 그런 것들이 조금씩 내 마음을 좀먹으면서 내 태도까지 바꾸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들 내 나이를 아직도 젊고 창창하다고 말은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들과 이루어놓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양파 껍질 벗기듯 벗겨보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오래 살고 싶지도 않다. 엄마의 말로 90세부터가 진짜 인생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살려면 이때까지 살아온 것을 2번 반복하면 된다. 벌써부터 고통스럽고 미래도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정말 그때까지 살 생각은 없다. 지금 하는 행동들과 생각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도 순순히 내 마음대로 따라올 것 같지도 않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말도 하고 싶은데 갑작스럽게 늙어가면서 몸의 기능이 하나 둘 떨어져 가는 것도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각종 sns를 하다 보면 점점 나이 어린 사람들이 어디선가 튀어나오고 성별을 떠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벌써부터 내가 나이 먹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체감하게 되고 심지어는 공공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나이대가 점점 어려지고 나보다도 어린 사람이 공무원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그 체감은 훨씬 더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난 사실 죽음이 싫고 무서운 게 아니다. 이렇게 살다가 내 손으로 나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은 상관없을 수 있지만 그렇게 비명횡사로 가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밤낮도 바뀌고 챙겨 먹는 약은 점점 줄어들고 눈앞은 서서히 안 보여 아득해지고 있고 손은 손대로 떨리고 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게 된다면 병원을 좀 다녀야겠다.
아, 아빠가 들어준 보험이 대체납입료로 대체되고 있었는데 그게 끝나서 매달 6만 원 정도를 넣어야 하고 지금 밀린 것까지 15만 원 정도는 더 있어야 하는데 이 돈을 써서 보험을 살리는 게 맞나 싶다. 그 보험은 보장보험이 아니라 실비보험이라 큰 병 생겨도 보장받는 건 없을 텐데.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다. 지금의 내 상황도 내가 정말 몸이 안 좋아지는 미래의 상황도 무섭고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