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을 찍고 다닌다. 작가라고 할 정도는 절대 아니지만 그냥 사진을 찍고 다닌다. 나는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무슨 사진을 찍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것을 찍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과 결론은 정해져 있지 않다. 무수히 많은 사진작가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
누군가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모델을 위해, 작가를 위해 사전 장소 답사를 다녀오거나 모델에게 캐릭터를 부여해서 스토리를 만들거나 소품을 준비한다거나 장소를 여러 곳 섭외를 해둔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물론 그건 모델과 작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정말 좋은 사진을 찍어내기 위함이라면 난 할 말은 없다. 그것은 그들의 노력이고 그들의 창작물이 될 것이며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주는 결과물이 될 것이다.
그에 비해 그렇게 하지 않는 나는 대충 카메라만 들고나가서 괜찮은 풍경이 있으면 찍고 괜찮은 불빛들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이 있으면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최대한 없는 수준에서 사진을 찍곤 한다. 그러니까 전문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내가 찍고 싶은 걸 찍는다는 데에 가장 큰 차별점이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이래서 나는 돈을 못 버나보다-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남들이 좋아하는 사진을 추구하고 그런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을 해야 하지만 나는 남들보다 내가 보는 내 사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간극을 좁힐 수가 없는 것 같다. 대중을 위해서 사진을 찍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옷을 덧입히고 아주 보기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보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틀과는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지금 여행을 다니면서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확인을 해보면 내 기준에서도 썩 나쁘지 않은 사진들이 많이 있다. 다만 후작업을 한다거나 하는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답답한 마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취미에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한다는 게 취미의 영역이 아닌 건가? 싶은 생각도 물론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의 글도 읽고 그들이 촬영한 사진들도 보고 그들이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쭉 듣고 보고 있노라면 저렇게 살아야지만 성공하진 못해도 취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내가 지금 하는 건 취미가 아니라 취미처럼 보이는 찍먹 수준은 아닐까. 물론 내 사진을 좋아하고 이쁘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감각적으로 찍는다는 말도 들어봤고 색을 잘 뽑는다고, 색을 잘 본다는 칭찬도 들었었다. 어느샌가 나만의 감각, 나만의 색감이라는 말로 불러주시는 분도 계신다.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고 사진들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면 내가 바라는 돈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결국 나는 사진으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그게 안된다면 남이라도 도왔으면 좋겠다. 돈이 없지만 추억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그런 사람들. 카톡 프로필 사진에 올릴 여유로운 사람들이 아니라 주변에 아무런 인프라나 친구가 없어서 그런 사진 하나 남기는 것도 어려워하는 겸손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쩝.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번 생은 돈을 많이 벌 인생은 아닌가 보다. 평생 남을 위해 살다 죽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