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몇 년 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해당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엔 요양보호소에 직접 출퇴근을 하는 방식으로 하다가 돌고 돌아 너무 힘들고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져서 아픈 분들이 계시는 집으로 출퇴근을 해서 관리를 해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일도 힘들긴 하지만 요양보호소에서 9시간 내내 서있고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체력적으로 괜찮다고 하기에 엄마도 열심히 사는구나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생각을 했다.
내가 본가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엄마는 일주일 내내 출근을 했다가 담당자의 가족이 이제 일주일 내내 출근하지 않으시고 주 3일로 바꿔서 일을 하자고 해서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에 엄마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혼자 살고 연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고정 지출비용도 있을 것인데 하루아침에 일을 나오지 말라는 말에 많은 걱정을 했는데 그 와중에 나까지 집으로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엄마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뭐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고 일하고 지내다가 다행히도 일이 없는 날 괜찮은 거리에 일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면접을 보고 일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렇게 엄마는 주 5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을 했다. 오늘은 갑자기 출근해서 일을 할 시간인데 집으로 돌아왔기에 엄마한테 왜 벌써 와? 일 하고 있을 시간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은 담당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 정확한 연세는 모르겠지만 80대인 할머니를 딸과 엄마가 같이 관리를 해드리고 있었다. 그 할머니 관리를 월, 수, 금만 하게 됐는데 월요일에 뵈었을 때 할머니는 고개도 잘 끄덕이고 아무 이상 없었는데 이틀이 채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고통스럽게 돌아가신 것이 아니고 집 안에서 숨 쉬듯 편하게 돌아가셨다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엄마와 나는 아빠가 그렇게 처절하고 고통스럽게 돌아가신 것을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편하게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함인지도 알고 있다. 아직 죽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아빠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속해서 컥컥 대면서 숨을 가쁘게 쉬시곤 했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 할머니의 딸과 가족들은 하루 종일 울기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이 아니라 집 안에서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는 119를 포함해 국과수 직원이 나와서 현장 감식을 해야만 한다고 한다. 타살인지도 확인해야 하고 그런 절차들이 있다고 했다. 엄마는 그 이후로 입을 열고 오늘 일당은 못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니 출근도 하고 몇 시간이라도 돌봤는데 돈이 안 나와?라고 물으니 원래 이 바닥이 그렇다고 한다. 집에서 요양보호를 하다가 119 구급대원 분들이 출동하시게 되면 그건 내가 관리를 한 게 아니라고 돈이 일절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음. 하고 싶은 말은 아주 많지만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 건 아닐까.. 엄마가 선택한 길이라 내가 왈가왈부는 하지 못하겠지만 참 노인들 상대로 너무한다 싶었다. 오히려 그렇게 고생하는 분들을 더 챙겨주고 더 신경 써주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