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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구매하게 된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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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나는 어려서부터 정말 꿈꾸기만 했던 풀 프레임 이상의 카메라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는 노트북을 구매했다. 이제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사진 활동을 할 수 있고 한 곳에 틀어박혀서 편집하는 수고스러움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은 너무나도 스트레스가 심했고 통장 잔고도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냥 문득 든 생각이라곤 언제 어디서 사건 사고가 터져도 않을 흉흉한 시기인데 나도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거나 갑자기 길을 걷다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럴 일.. 은 없겠지만 세상의 뉴스들을 보고 있노라면 100% 그러지 말라는 장담도 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비싸지만 무리해서 마련하긴 했다. 하지만 다른 부분들에서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꼭 이용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를 살까? 노트북을 살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적도 있었다. 각자의 장단점이 너무나도 확고하기 때문이었다.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 사람들은 당연히 오토바이의 위험성을 첫 번째로 꼽을 것이다. 타 sns에서 오토바이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살까 말까의 경계에서 사지 않는 것을 우선 선택했다.


위험하기도 위험하지만 카메라나 핸드폰도 병적으로 애지중지 다루는데 200만 원 선의 오토바이를 산다면 관리도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부품이나 청소 방법 등을 모조리 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나에게 오토바이는 접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도 없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보관할 곳도 없다는 것도 문제였고 엄마 주변 지인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것을 몇 번이나 봤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오토바이보다 노트북을 구매하는 게 나에게도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트북을 구매하고 그날 바로 테크노마트로 달려가서 노트북 상하좌우 모든 곳에 부착필름을 부착했다. 물론 절대 저렴한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이 노트북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필름을 붙이기 전에 테스트해 보고 사진 몇 장 찍고 필름 붙이기 직전까지도 노트북을 안 꺼냈다.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필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제 파우치와 가방, 원활한 작업을 위한 마우스까지 사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느낌이지만 이렇게 세팅하고 나면 당분간은 내 의지로 어딘가를 돌아다니면서 사진 작업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 생각했다.


노트북 무게는 2kg가 조금 넘고 카메라의 무게는 대략 2.5kg 정도 된다. 그러니까 출사를 나가서 현장에서 작업을 바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약 5kg나 되는 카메라 가방을 들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기 위해 카메라와 노트북 수납이 가능한 가방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 보통 출사를 나가면 보통 만 보에서 만 이천보 정도 걸어 다니는데 5kg의 무게를 달고 걷는다고 생각하면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다이어트 모래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카페에서 촬영한 사진 작업을 했다. 이 노트북의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비싼 값을 하는지, 집에서 편집하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테스트도 할 겸 겸사겸사 카페를 갔다. 확실히 마우스가 없고 트랙패드로만 작업을 하려니 정말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버벅거림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라서 버벅거리는 걸 보고서 '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 노트북도 사양이 부족한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작업이 끝난 사진은 총 59장이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작업을 했을까? 그렇게 작업을 하고 본격적인 성능 체험을 위해 마지막 단계인 랜더링 소요 시간을 체크해보려고 했다. 실행 버튼과 핸드폰의 스톱워치를 동시에 누르고 남은 커피를 마시고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 시간은 2분 41초가 지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얼마나 진행됐을까? 싶어서 프로그램을 들어가 보니 게이지가 사라져 있었다. 아, 내가 스타트 버튼을 안 눌렀나? 싶은 마음에 바탕화면에서 폴더를 들어가 보니 이게 무슨 일? 59장의 사진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raw 파일 59장에 2분 40초.....?


보통 이렇게만 쓰면 체감이 오질 않아서 집에 있는 데스크톱과 비교를 하자면 데스크톱에서 3-40장 같은 작업을 하고 랜더링을 돌리면 최소 40분 길게는 1시간까지 걸렸었다. 정말 한동안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마시던 커피가 코로 나올 정도로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비싼 값을 하는구나, 이 정도라면 돈이 정말 아깝지가 않다-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물론 탄성을 지르면서. 이제 자유롭게 편집도 하고 사진도 찍으러 다닐 수 있어서 신난다. 통장 잔고는 나를 외면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억지로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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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으로 작업한 사진인데 노트북 성능이 좋아서 그런가 사진도 더 잘 나온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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