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조금씩 줄이고 밤낮이 바뀐 생활도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나마 고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고 있다. 그런 상황에 놓여있지만 어제는 왜인지 모르게 갑자기 새벽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언제 나가서 사 왔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마 해가 뜨면서 난 편의점에 다녀왔던 것 같다.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언뜻 기억나는 것들은 잠을 자지 않고 거실로 나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가득 담아두고 물을 끓이고 사온 컵라면을 먹고 잤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술안주로 라면을 먹는 것을 최대한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너무나도 좋은 조합이라 항상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억지로라도 국물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고 있긴 한데 컵라면은 그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이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해가 뜨는 그 새벽에 라면을 사러 편의점에는 왜 갔으며 왜 먹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새벽에 그렇게 라면을 먹었을까 싶다.
그렇게 라면을 먹고 조금 더 있다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떠있던 해가 지고 나서야 일어났다. 정말 늦게 일어났다. 그렇게 일어나서 어제 사온 라면으로 해장이나 할까 싶어서 다시 커피포트에 물을 가득 담아두었다. 끓기만을 기다리면서 라면에 밥이라도 말아먹을 요량으로 냉동실에 있던 밥을 해동시켰고 그 뒤로 보이는 다진 마늘을 꺼내서 컵라면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파김치가 있길래 그걸 소분해서 테이블에 두었다.
그렇게 물이 다 끓고 컵라면을 먹었다. 이 컵라면은 매운 컵라면이라고 해서 사 왔는데 정말 매워서 놀랬다. 아마 어제 새벽에 먹은 라면 때문에 속이 뒤집혔으리라 생각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라면을 먹고 있는데 이상하게 어제보다 더 매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다진 마늘을 넣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을 하고 라면을 먹다가 밥을 말아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김치랑 같이 해서 먹었는데 그 순간부터 속이 정말 무너진듯한 고통이 시작됐다. 나는 단순히 이게 라면에 밥까지 말아서 먹으니 매운 건 둘째치고 배가 불러서 속이 아픈 거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렇게 파김치를 먹다가 이 김치가 익지를 않아서 매운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먹지 않았고 라면과 밥을 해치웠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너무 매워서 콜라를 들이켜 먹다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그 콜라가 점점 몸을 팽창시킨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매워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는데 그 순간도 정말 풍선에 바람 넣듯이 윗배가 점점 팽창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전 날에 먹은 매운 라면이 일단 술과 만나서 위장이 맛이 간 상태였는데 공복에 물도 마시지 않고 처음부터 때려 넣은 어제보다 더 매운 라면을 넣으면서 거기다 익지 않은 파김치까지 넣어버렸으니 속에서 탈이 날 수밖에 없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고통이 생각보다 오래갔다. 처음에는 이게 배가 불러서 팽창한 느낌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점점 속이 쓰리다는 느낌을 받고서는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했다. 속이 너무 뜨거웠고 비유를 할 수는 없지만 위장이 점점 녹아내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어서 앉았다 일어났다 엎드려보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은 해줬지만 그 아픔의 수준이 생각보다 강해서 너무 놀랬다. 진짜 놀랬다.
나는 이렇게 한 번씩 탈이 날 때가 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라면도 아니고 대놓고 매운 라면을 빈 속에 때려 넣었으니.. 정말 건강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던 하루였다. 이제는 진짜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 크게 탈이 한 번씩 나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