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내 생각만 하고 살아온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일을 하면서 겪는 고충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을 곳은 아니니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꽤나 속상하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도 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냥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것도 있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에 우리 집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엎어졌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은 엄마가 가장이 되어 그때부터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해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초반에는 요양원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첫 사회생활 치고는 잘 버텨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들한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보였다.
그렇게 3-4년이 흐른 뒤 지금 엄마는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일을 오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업계에서도 그런 룰이 있단다. 하루에 몇 시간씩밖에 일을 못한다는 규칙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엄마랑 이야기를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엄마는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극심했는지 서있는 나를 붙잡고 한 시간이나 넘게 있었던 일들을 계속해서 읊어주는 걸 보아하니 그 스트레스의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주변에 털어놓을 곳이 없었던 듯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어떠한 해결책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지금 엄마와 내가 사는 집에서 모아둔 돈은 얼마인지, 고정비용으로 나가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물어봤다.
엄마는 공책을 가져와서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마의 고정지출 비용이 꽤나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 알았다. 아빠의 죽음으로 아빠 연금을 엄마가 타고 있는데도 이렇게나 나가는 돈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엄마가 적어둔 내역들을 보면 한 달에 100만 원을 벌어도 빠듯할 것 같았다 아니 빠듯했다. 숨은 쉴 수 있겠지만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엄마가 적어준 고정지출 내역을 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너무 슬펐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지금 카메라나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다닐 것이 아니라 당장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정 안되면 내 카메라라도 팔면 되지 뭐"라고 무척 아빠와 닮아있는 아무 문제도 아니야-라는 말투로 그렇게 엄마에게 말을 했다.
돌아오는 말은 의외였다. "그쪽으로 나간다면서 카메라를 팔면 뭐가 되냐"
그렇게라도 엄마의 스트레스와 요즘 부쩍 들리는 한숨 소리, 그리고 매달 엄마를 압박하는 돈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카메라랑 노트북을 팔면 감가상각을 포함해서 70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엄마 입장에서 그 모습은 못 보겠는지 손사래를 치고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관리비도 내가 낼 수 있으면 좋았을 건데 사회생활을 한 지 꽤 시간이 지나서 새로운 곳을 알아보는 것도 무섭고 두렵긴 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네가 돈이 어딨다고 관리비를 내냐 신경 쓰지 말아라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봤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내 앞으로 빚이 없다고 다행이라고 아직 모아둔 돈도 조금이나마 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엄마는 너무나도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 업계에서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규칙들을 따르면서 억울하고 서운한 일이 꽤나 많았을 텐데도 엄마는 가장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잘 이겨내는 것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제대로 된 자식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더 속상했다. 돈에 허우적대는 엄마를 내 손으로 꺼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 이래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항상 나만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뒤를 돌아보니 돈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는 엄마를 보니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뭘까 내가 돈도 못 벌면서 지금 사진 찍으러 다닌다고 깝죽거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