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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누나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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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친누나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 누나보다 내가 더 떨리고 더불어 엄마까지 매일 심장이 너무 뛰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물론 나는 누나가 결혼을 한다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나랑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였던 가족이 다른 사람과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는 게 와닿지가 않는다. 누나는 항상 웨딩식은 멋지게 하고 싶다고 했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 돈을 악착같이 모으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이번 결혼식을 매우 기준을 높게 잡고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물론 웨딩홀 비용부터 모든 비용을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웨딩홀 금액만 듣자마자 나는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그런 돈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다. 물론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누나의 꿈이자 로망이었으니 그리고 본인이 마음에 들었으면 됐다 싶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괜찮다고 하는 걸 보면 그걸로 만족하면 될 일이겠지


누나한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결혼식에 와서 축하해 줄 내 지인들은 하나도 없다. 바빠서 못 오는 게 아니라 그냥 정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누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관계 유지를 잘하고 인맥 관리도 잘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나라도 축의금을 조금 무리하더라도 많이 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집에 와서 이야기를 나눌 때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그렇게 지출이 많은데 그 이후로 생활이 감당이 가능하겠냐고. 물론 이건 나의 개인적인 걱정이라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괜찮다고 했다. 우리 가족이나 상대방 가족이나 인원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웨딩홀이 강남에 있는 것부터 식사 금액대도 굉장히 높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가서 모든 걸 도와주고 카메라로 좀 찍어주려고 한다. 물론 누나도 웨딩홀과 계약된 작가님을 섭외하긴 했지만 1인으로 진행되어서 신랑, 신부, 본식, 피로연 등을 혼자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히려 나한테 찍어달라고 했다. 각종 sns에서 정보들을 많이 봤다. 친누나 결혼식에서 메인 작가님 제외하고 내가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는데 조심해야 할 순간이 있는지. 그렇게 글을 쓰고 정말 무수히 많은 사진업계 선배님(?)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괜히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순간인데 괜히 나서서 피해 주지 말고 메인 작가 동선과 카메라에 잡히지 않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멀리 당겨서 촬영할 거 아니라면 시도도 하지 말라는 말. 그때는 그 말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무서웠고 자존심이 상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 자리는 내 경력을 추가할만한 곳이 아닌 앞으로 평생 함께 살아갈 두 사람의 가장 중요한 행사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누나에게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결혼식 당일 와서 사진 찍어달라는 이야기를 먼저 들으니 너무 고마운 마음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본식 메인 사진을 촬영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그 말이 나에게는 너무 와닿았고 고마웠다. 그리고 내 사진을 인정해 주는 누나가 참 고마웠다. 누나도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서 서로 물고 뜯고 치고받고 싸우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사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당일 정장도 입고 구두도 신고 하루 종일 돌아다닐 생각에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무사히 잘 끝냈으면 좋겠다. 나도 조금이라도 덜 먹어서 살을 빼고 있는데 오늘 체중계의 숫자가 상당히 바뀌어있는 걸 보고 놀랬는데 누나가 올라가 보고는 고장 나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해줘서 아 내가 정말 살이 빠지긴 했구나 생각했다. 숫자로만 따지자면 한 5kg는 빠진 것 같다.


뭐가 됐던 잘 끝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날은 아빠가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아니 하늘나라에서 꼭 지켜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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