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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동안 집에 있으면서 든 생각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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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는 퇴근을 하고 집에 오자마자 나한테 자랑하듯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인즉슨 누나랑 같이 살 때보다 수도세가 너무 안 나왔다고 나름 즐거워하는 것 같은 눈치였다. 수도세 고지서를 들고는 어린아이처럼 "수도세가 이렇게나 안 나올 수 있나?" 하면서 깔깔거렸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고지서를 보니까 이번 달 청구된 금액이 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래서 엥? 한 달에 수도세가 이거밖에 안 나와?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 고지서에 적힌 "2개월 분"이라는 걸 보고 경악 아닌 경악을 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우리 둘 다 잘 안 씻어서 그거밖에 안 나왔나 보다 깔깔" 라면서 웃었지만 사실 잘 안 씻는 건 아니다. 나는 무조건 어딘가를 나갈 때 100% 확률로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기 때문에 그것만 해도 3월에 꽤나 많이 물을 썼을 텐데 저것밖에 안 나왔다는 게 조금 의심스럽기도 했다. 아니면 보통의 수도세가 아닌 추가적으로 수납해야 하는 다른 뭐 그런 건가?라는 생각까지도 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엄마가 나랑 살기 전에 누나랑 같이 살았다는 점인데 누나랑 살았을 때는 이 요금의 두 배는 나왔다고 하면서 여기서라도 돈을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고지서를 앞뒤로 보니까 작년부터 이번 달까지 그래프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엄마 작년 7월부터 급격하게 줄었는데?"라고 물어보니 엄마는 "그래그래 네 누나가 작년 7월에 나갔으니까 그때부터 물을 별로 안 썼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직관적으로 그래프도, 요금도 줄어든 걸 보고 나는 새삼 의심이 들었다. 난 설거지를 하면서도 1차 설거지를 하고 2차 설거지를 하는 편이라 보통의 사람들보단 조금 더 쓴다고 생각했고 요즘 들어 설거지를 하는 날들도 많아졌거니와 나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샤워 시간이 20분 정도는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저번 달에는 꽤나 많이 다녀서 교통비가 8만 원이 나왔으니까 이래저래 많이 물을 쓴 것 같은데 한 달 기준으로 하면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쓴 수도 요금이 5천 원이 조금 넘는다는 건데 이런 실상이니 내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수도세는 따로 걷고 추가로 걷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그 상황에 푹 빠져서 글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렇게 저번 달에는 어디든 나가서 사진이라도 찍어오려고 나갔지만 4월 들어서 그 기세가 급격하게 꺾여버렸다. 집에서 나가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양치나 세수는 하는 편인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4월부터 사진에 대한 흥미가 정말 뚝 떨어지고 사진으로 알게 된 사람들과 연락을 하다가 세 명이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돌연 삭제하지를 않나 한 명은 전화를 안 받는다고 짜증 난다고 차단을 하고 잘 지내라고 통보를 하질 않나.


그렇게 인간에 대한 상처를 받음과 동시에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사람들에게 인정은 받을지언정 돈이 되지 않기에 계속해서 실체 없는 허울만 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어디론가 나가고 싶지도 않았고 날씨도 정말 요란해서 눈이 오다가도 비가 오고 비가 오다가도 태풍 같은 강한 바람이 몰아쳐서 도무지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4월은 많이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때 든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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