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빠를 떠나보내고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그게 그리 쉬웠을까. 그래도 여차저차 잘 다니고 잘 버티는 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외부에서 혼자 살 때 이야기였던 것 같다. 집으로 들어와서 같이 지내니까 엄마의 스트레스나 그런 부분들을 나까지 알 정도로 엄마의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최근에는 다쳐서 응급실까지 다녀오느라 일을 하지 못하고 소위 손가락만 빠는 실정이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다른 곳 일을 찾아서 하루에 3시간씩 일을 하고 온다. 다행히 오후 출근이라 아침부터 그렇게 부리나케 나가야 하는 경우는 없어서 다행이지만 그렇게 엄마가 집을 비우는 시간에 난 느지막이 일어나서 밥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거나 하염없이 소파에 앉아서 tv만 틀어두고 멍 때리다가 배가 부르니까 소화가 어느 정도 되면 소파에 엎드려서 tv를 보면서 그러다 졸리면 잠을 자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하다가 날씨가 정말 좋지 않았을 때, 정말 비바람이 불고 베란다가 소리가 날 정도로 흔들리는 걸 보고 있으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엄마는 이런 날씨에도 나가서 일을 하는데, 엄마는 나를 어떻게든 먹여 살리겠다고 저러고 있는데 나는 지금 헛발질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정말 불현듯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군가에게 도움이라도 청하고 싶지만 나를 아무런 보상 없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혼자 살 때 정말 가깝게 지냈던 둘째 엄마 (라고 나는 부른다) 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내가 지금 하는 사진 찍고 하는 행위를 하느라 엄마가 저렇게 일을 하는데도 나는 집에 있으면서 사진 찍으러 다니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집안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내가 카메라를 팔거나 노트북을 팔아서라도 엄마를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엄마의 마음은 또 아닌 것 같은데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돌아오는 말은 "그러지 말아라"였다. 내가 돈을 벌어서 엄마에게 주는 한이 있더라도 카메라는 절대 팔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라고. 엄마는 엄마가 알아서 잘 지내고 잘 이겨내실 거라고. 내 엄마보다 7살 정도가 어린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니 같은 엄마끼리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은 다행이었지만 점점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생기는 지출이라고는 교통비, 촬영 후 편집을 할 것이라면 카페를 가야 하니 커피비, 다시 돌아오는 교통비, 혹시라도 배고프면 해결해야 하는 식비 등 나는 계속해서 돈을 쓰고만 있다. 그리고 엄마는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네가 돈을 많이 벌어서 내가 일 안 하고 용돈으로만 살면 얼마나 좋겠냐"라고 했던 적은 있다.
어떻게 될까 너무 걱정스럽고 불안하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