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진과 카메라의 일희일비

by empty
tempImagevG3OjB.heic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참 중간이 없는 것 같다. 어떤 날은 굉장히 대충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편집 과정에서 사진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고 정말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과정들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내 사진 실력이나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이겠지만 유독 매너리즘이 심하게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잘 찍을 때는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고 이걸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나에겐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 카메라를 팔아야 된다라는 생각마저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사실 최근 친누나의 결혼식 이후로 집에서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실업급여가 4월을 마지막으로 끝이 나버렸고 그래서 그런지 집 밖을 나서는 것이 이전처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걸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될 일이지만 지금 내 생활이나 내 패턴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서 교류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약간의 공황 증세가 생겨났는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꽤나 어려워졌고 부담스러워졌다. 최근에는 사진 생활을 하면서 연락을 하고 지내는 분들이 꽤나 있는데 그분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걸 느끼곤 했는데 그런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잘 될까? 싶은 마음밖에 없다. 괜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만 줄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를 찾고는 있지만 쉽게 도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도 있어서 지원을 해도 쉽게 연락이 오거나 하질 않는다. 30대 중반이 지원하는 이력서라.. 입장을 바꿔서 봐도 사업주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참 아쉽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졌는데 그런 일까지 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남는 것은 정말 카메라와 노트북뿐이다. 인물 사진이 됐건 풍경 사진이 됐건 나에게 남은 것은 그것밖에 없다.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이라도 남아서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하나 사소한 것들이라도 불만이 많아졌고 강박 증세는 조금 더 심해지고 날카로워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엄마는 누나의 결혼식을 보고 나에게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결혼식장에서 만났던 외할머니, 외삼촌, 날 아는 엄마의 지인들이 연애는 하고 있는지, 회사는 다니고 있는지 여러모로 관심들을 많이 주셨는데 이런 내 성격으로는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결혼은 나에게 사치다.


누구 앞 길 막을 일 있을까. 내 몸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끙.


keyword
작가의 이전글4일 동안 집에 있으면서 든 생각 -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