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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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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엄마랑 둘이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작년 12월이 조금 지난 시기에 집에 들어와서 남는 방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혼자 살다가 들고 들어온 것이 많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구매해야만 했다. 책상부터 의자, 컴퓨터 모니터 등 다양한 것들을 구매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구매하는데 시간이 점점 걸리기 시작했고 그 시간까지 노트북으로만 버티려니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가장 큰 마음가짐은 이기심이었다. 이 집에 들어온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혼자 살면서 오피스텔의 월세와 관리비를 혼자서 충당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월세는 65만 원이었고 관리비로 나가는 돈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겨울에는 너무나도 추운 건물이었기 때문에 27-8만 원 즉 30만 원은 생각하고 있었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한 겨울이나 한 여름에는 약 100만 원을 생각하고 지불을 해야 하니 부담스러웠겠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고 보니 나에게 남아있는 경력은 다른 곳에서 혹할 만한 경력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본가로 들어왔다. 다행히도 결혼한다는 누나가 나가서 살림을 한 집으로 합쳤기에 망정이지 누나가 결혼하지 않고 이 집에 세 가족이 산다는 걸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렇게 이사를 무사히 마치고 내 방도 꾸미고 나니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카메라는 구매한 상태였지만 그 카메라로 뭘 찍어야 하는지 고민 중이기도 했거니와 이 비싼 카메라를 내가 집 밖으로 들고나간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아깝고 혹시라도 무슨 흠집이라도 나거나 고장 나면 난 이 카메라를 고칠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카메라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위해서 내가 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4개월이 지났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꽤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sns에 올릴만한 사진들을 올리고 나니 더 이상 올릴만한 사진들이 없었다. 그렇다고 같은 사진을 올리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늘 다른 사진을 보여줘야 하고 좋은 사진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에 똑같은 구도로 찍은 똑같은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하루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출퇴근을 요하는 요양원을 가지는 않고 직접 어르신을 케어해야 하는 방문 재가 쪽으로 일을 하고 있다. 어느 회사를 가던 똑같겠지만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어딜 가도 존재하는 것 같다. 그 무렵 엄마도 누군가 때문에 속앓이를 심하게 하던 차였고 그 직전에 일을 하다 다쳐서 입술 안쪽을 꿰매고 몸 이곳저곳이 다쳐서 응급실을 다녀왔는데 엄마는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물론 당장 돈을 벌어올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당장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가장의 마인드가 있었을 거다. 그러니까 회사 소속으로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청구 하나 안 하고 버티고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 하루는 내가 사진 찍으러 나가기 전에 엄마가 식사를 하고 계셔서 우연히 이야기를 할 타이밍이 있었다. 나 자신은 내가 이 집에 얹혀 산다고만 생각하고 있었고 집에 있는 음식이나 반찬을 축내는 인간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관리비나 생활비를 드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하숙생처럼 이 집에 있는 밥과 시간, 공간을 쓰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가진 돈이 없기 때문에 엄마에게 생활비와 관리비 혹은 조금이나마 돈을 드릴 수 없다는 게 마음이 불편했고 속상했다. 나는 이 집에 남겨진 짐 덩어리라고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의견은 달랐다.


내가 이 집에 엄마랑 같이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 말을 하기 전 어떤 상황이 있었냐면, 집에 마침 먹던 밥이 똑 떨어져서 다시 밥을 지어야 하는 상황인데 엄마는 그 순간에 나랑 대화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나 보다. "나랑 같이 살아주시니까 밥이든 반찬이든 뭐든 잘 준비해 드려야지" 하는 말.


나는 그 말을 듣고 "내가 같이 살아주는 게 무슨 도움이 된다 그래 생활비나 관리비 등 도움도 하나도 못주고 돈값도 못하는데 내가 오히려 미안하지"라고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또 이야기를 했다.


"나는 혼자 사는 게 너무 싫은 사람이야. 네가 밤낮이 바뀌어서 해가 뜨고 자는 걸 볼 때마다 속상하긴 하지만 난 그래도 너무 좋아, 그리고 네가 방문을 닫고 방 안에서만 생활하더라도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돼"라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밥만 축내는 백수일 수밖에 없는데 나랑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그냥 미안하고 한없이 죄송스러워졌다. 엄마도 너무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내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허울 좋은 말로 사진 찍으러 다니고 이 쪽으로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도 너무 웃기다.


엄마의 진심을 처음으로 들은 것 같았다. 그런 말을 잘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신기하기도 했고.. 죄송스러웠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없지만 무턱대고 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찍고 다니니까 계속 그것만큼은 응원을 해주고 싶으셨나 보다. 어디를 나갈 때면 돈이 없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돈이라도 줄까? 하기도 하고 핸드폰 케이스에 있는 현금을 꼬깃꼬깃 접혀있던 돈을 나에게 주면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하라고 하기도 한다.


돈을 버는 것도 일이지만 나는 나보다 엄마 본인을 지켜주고 돌봤으면 좋겠다. 남들은 그렇게나 쉽고 가볍게 시선을 옮기면서 많은 사람들을 돕고 다니면서 왜 정작 엄마 본인은 돌아보지 못하고 항상 자책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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