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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서 살려달라고 발버둥 쳤다

by empty

살고 싶지 않았던 내 인생이 점점 하루하루를 왜 더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살고 싶어서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쳤다.


나를 지독하게 따라다니면서 날 괴롭혔던 알코올 중독이란 사슬은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올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해가 떠있는 동안에 집 밖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술집들을 보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 혼자 생각하기를 '저런 걸 보고 지금 당장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술집에 들어가지 않는 걸 보니까 난 중독은 아니고 고쳐질 수 있는 수준의 의존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의식하지 않고 술을 마셔댔다.


문득 알코올 중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는 그럼 도대체 뭘까? 의존증이라고 해서 밤마다 생각나는 것이 술이라는 이유일까? 모든 사람들을 알코올 중독자로 부르기에는 그 수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텐데 나도 그중 하나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이상할 일도 아니다.


sns를 하던 도중 어떤 분이 쓴 글을 봤다. 본인은 알코올 중독으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데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술 생각이 나지 않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글을 보고 결례를 무릅쓰고 연락을 했다. 혹시 어느 병원에 다니시는지 여쭙고 싶다부터 시작해서 드시는 약 정보를 알려주실 수 있겠냐고. 나로서는 무척 궁금했고 정말 알고 싶었다. 의왕에 있는 병원에서 받아온 약은 일주일뿐이었지만 그 약을 먹으면서 술을 항상 먹었다. 그러니까 거기서 받아온 약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약들이었다.


다행히도 의왕에서 받아온 약 목록을 하나하나 검색해 보니 중독 관련 치료를 돕는 약은 한 가지뿐이었다. 다른 약은 위장 보호와 같은 부가적인 것들이 더 많았다. 내 기억으로는 알약이 6-7개는 됐었는데 처음으로 그런 병원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강한 약을 처음부터 쓸 수는 없었을 테지-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또다시 의왕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거리가 너무 멀었고 원장님은 잘 이야기를 하시다가도 갑자기 한번씩 영적인 단어들을 내뱉으시는 걸 듣고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sns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은 분에게 답장이 왔다. 약 이름도 알려줬는데 그 약을 찾아보니 보통 알코올 중독자들이 먹는 대중화된 약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약을 처방받은 곳은 대학병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정보를 알게 된 이후 바로 해당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화를 해보니 가장 빠르게 예약이 되는 날은 올해 10월~11월 사이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대학병원의 예약이 힘들다는 것은 애당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일단 어쩔 수 없이 예약은 했고 혹시라도 앞에 있는 예약들이 취소되면 내가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고 앞 예약이 빠지면 넣어드릴 수는 있는데 그건 매번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매일 전화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해보려고 하는데 그 이후에 나에게 추가적으로 설명해 준 내용은 진찰비와 약제비를 제외한 상담료가 7-8만 원 추가될 수 있다고 했다.


상담료? 대학병원에서 상담도 가능하겠지만 매번 갈 때마다 뭐 1시간씩 상담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큰 비용이 책정이 되어있는 걸까? 싶은 생각도 했다. 한 번 갈 때마다 한 2-30만 원 정도는 예상해야 하나보다. 그리고 나는 '정신'이 들어가 있는 단어를 포함한 병원은 실비 청구가 안된다. 그러니까 갈 때마다 저 돈을 써야 한다는 건데 그것도 사실 부담스럽긴 하다.


그 사람이 말해준 약을 처방받으면 술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꼭 가서 치료도 받고 상담도 받고 약을 받아서 술을 강제로라도 끊어내고 싶은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당장 나에게는 큰 의지를 할 수 있는 것이 생겼으니 이걸 계기로 조금씩 나아졌으면 좋겠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조금 더 살아가고 싶어 졌고 욕심이 생기고 있다. 잘 살아가보고 싶고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엄청난 용기고 변화이다.


앞으로 어떻게 인생이 바뀔지 흥미로울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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