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 뒤따르는 것 같다. 물론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이라는 것은 나에게 잘 어울리는 사람, 나의 성격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나보지는 못했다. 물론 지금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결국 이별의 끝에 다다랐을 때 결국 이별을 택했다는 뜻이겠지. 그때 당시에는 물론 너무 행복하고 너무나도 즐거웠을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동안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말도 짧게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반적으로 삶의 속도가 많은 사람들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이 느림을 이해해 주고 헤아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내가 사회적으로 느리다고 생각한다. 느리다. 그래서 내 이름 뜻의 풀이도 천천히 오다-라는 이름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올해부터 연애나 결혼은 내 인생에서 없다-라고 생각을 하고 무념무상으로 살아왔다. 예전처럼 외롭다고 누군가를 찾아다니거나 나를 알아봐 달라고 불쌍한 척 글을 쓴다거나 나를 알아봐 달라고 구질구질하게 누군가에게 연락을 한다거나 매달린다거나 하지 않았다. 인생 처음으로 외로움을 맞서보자고 생각했다. 내 상황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더욱 받아들이기 수월했다. 변변찮은 직업이나 직장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주변 친구도 하나 없으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하고 누군가의 밑에서 명령을 들어가면서까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내 앞으로 대출이나 큰 빚이 있었으면 이렇게 나름 여유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었겠지.
그렇게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기 4개월 정도가 되었다. 나의 사진을 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이런저런 연락들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 또래의 사람들은 없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이 왔고 그걸 계기로 이야기를 하다가 나와 동갑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나는 내심 기쁜 마음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결과론적으로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표본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나에게 너무나도 잘 맞고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을 가진 나도. 그러니까 서로가 참 잘 어울리고 잘 맞는 것 같다. 나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이상형은 아니었다. 대화만 잘 통하면 그게 뭐 돼?라고만 생각했었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기본적인 대화는 잘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대화는 기본적으로 잘 통하는 사람이면 다른 것들도 괜찮겠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이젠 대화도 잘 통하고 나랑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 너무 안정감이 든다.
난 사실 누구보다도 예민하고 타고난 기질이 까칠, 예민한 사람이라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는데 그런 말을 주변인들에게 할 때마다 너랑 같은 사람을 만나면 너도 피곤하고 상대방도 서로 피곤해서 금방 헤어질 거야-라는 말을 듣고 살아왔다. 그 말도 일리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정말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떤 부분이 예민한 것인지, 그 예민함을 똑같이 예민한 내가 받아들여줄 수는 없는지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냥, 그렇게 나는 나에게 너무 잘 어울리고 퍼즐조각처럼 잘 들어맞는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이번 삶에 연애와 결혼은 없다고 단정 지었고 마음이 바뀔 리 없었지만 그런 생각을 바꾸어 준 사람이다. 그동안 술만 마시고 우울하다고 죽고 싶다고 하루하루 내다 버린 날들이 아까워질 정도로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감히 기대되기도 하고 벅차오르기도 한다. 너무 신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