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문득 인간관계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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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인간관계라는 것이 너무나도 싫을 때가 있다. 관계를 정의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잘 형성해두어야 나중에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너무나도 많이 듣고 자랐다. 사실 그 말은 케케묵은 때 묻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냉정히 생각하자면 인간관계를 나의 부족함을 메꾸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고 내가 모르는 미지의 것들을 해결하고자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흔히 겪는 껍데기만 남아있는 인간관계인 것 같다.


나는 글을 쓰면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친구가 없다.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친구 관계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모른다. 아니 모르겠다. 사람 속을 모르겠다. 이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에 맞추어 나도 함께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에게 친구라는 관계는 가장 밑 단에 있는 감정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만나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나에게 없는 사교성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행위조차 하지 않은 대가일지도 모르겠지만 혹은 고만고만한 주변의 친구들의 상황을 겪고 나서 마음이 닫힌 걸 수도 있다. 음주가무에 취한 친구들과 생산적이지 않고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나의 친구 관계나 인간관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니 끝이 났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친구라는 감정과 관계라는 감정은 희미할 정도로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이어나가더라도 이게 무슨 소용일까, 어차피 나는 이들에게 소모품이 될 텐데 그런 관계를 유지해나간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종종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소위 말하는 결이 맞는 사람에게는 나의 브런치를 알려주곤 한다. 결이 맞는 사람들은 내 브런치 글을 보면 공감이 된다는 말도 하고 내가 이럴 때 느낀 감정들을 헤아려줄 줄 아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나랑 비슷하네요!라는 말부터 극한의 공감능력을 이끌어내서 나도 모르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줄줄 끄집어내는 사람도 있다.


퇴근은 잘했냐는 말과 나를 부르는 연락에 급하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부리나케 답장을 했다. 알고 보니 내 브런치를 보고 잠을 못 자는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연락을 했다는 말이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대개 무너졌다는 감정은 비관적이고 부정적이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런 마음을 쓰고 연락을 할 수 있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공개된 개인적인 공간의 이야기를 보고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장을 바꾸었더라면 나는 연락하지 못했을 거다. 누군가의 생활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도 나 자신을 케어하지 못하고 컨트롤하지 못하는데 누구에게 연락을 해서 무슨 도움을 줄까 하는 의문점과 물음표가 쉴 새 없이 머릿속을 떠돈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고민들을 주고받으며 수면에 도움을 주고 생각 정리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그런 것은 사실 부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락을 해줬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나는 너무나도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었다. 사실 요즘 정신과 마음이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이야기는 회사와 엮인 사람이 아닌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나의 고민과 스트레스는 누군가가 해소해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것들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만큼 잃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잃더라도 훌훌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모든 것이 번아웃이 찾아온 이 상황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잠시나마 나를 자유케했다. 돈보다도 훨씬 더 귀중한 감정을 느꼈다. 결국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닫힌 마음은 사람만이 열어줄 수 있구나 느꼈던 계기가 됐다. 하루하루 배워간다. 느끼면서 성장하게 된다. 내 현실과 바라보는 이상과 생각하는 이상은 너무나도 다르고 괴리감이 있지만 그것도 어떡하겠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는데.


될 대로 되어라. 나는 이 생을 죽도록 열심히 살 생각은 없으니 적당히 살아가자. 적당히 이겨내자. 매일을 이겨내고 버티는 것처럼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할 수 있는 생각만 하자. 이 다짐과 생각이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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