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by empty

바보 같지만 나는 나름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워낙 예민한 성격을 가진 탓에, 섬세한 성격을 가진 탓에 나름 소소하고 크고 작은 것들을 잘 컨트롤한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캐치하고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착각이었던 듯하다.


나는 나 나름대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름 무언가를 계속해서 변화시켜나가는 것이 일을 잘한다고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잘못된 판단이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름대로 신경 쓰고 리소스를 소비하면서 해왔던 크고 작은 것들은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어버렸다. "그게 뭐야? 그랬던 게 있었어?"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고 대부분으로 주를 이루었다. 너무 사소해서 미처 파악하지도 못할 정도로, 신경 쓰다는 영역을 한참 벗어날 정도로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누구에게도 아무런 영향이 없을 정도로 작은 일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물건의 좌우나 정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거나 커튼 고리가 하나 사라져서 빠져있다거나 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그거 뭐 없어도 괜찮아 라는 듯이 치부를 해버리니 그간 내가 해온 일은 아무것도 아닌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느 업장에서도 그렇게 취급받은 것은 아니었다. 성격이 잘 맞는 사람과는 사교성이란 1도 없는 내가 아직까지도 연락하면서 지내고 2-3년 전에 6개월 정도 함께 일한 사람과 아직까지도 시시콜콜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름 잘 지내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일을 잘하는데 다른 곳에서 인정을 안 해주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나처럼 일을 잘하는 사람이 어딨냐면서 항상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곤 한다.


내가 일을 못하는구나 나는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이 들 때면 직원에서 친구사이가 된 그 사람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아, 그래도 내가 일해왔던 곳에서 저런 사람을 알게 되어서 저런 사람한테라도 저런 말을 듣는구나 하는 게 감사할 때가 있다. 나의 진심은 친구를 사귀고 인맥을 넓혀가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오죽했으면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을 때 명확한 고민을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라는 말투가 나도 모르게 나온다.


왜 그런 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확신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고 확신이란 것을 모르는 걸 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글을 썼던 나는 누군가에게 글을 배우지도 않았고 책을 많이 읽어서 그 형태를 글로 나타내는 것은 더욱이 더 아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글을 썼는지조차도 모르겠다. 그저 외로워서 외로움을 달래고자 내 상황과 내가 겪은 일들을 써 내려갔지만 그것들은 모두 남들에게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다. 대세를 따르지 않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나는 나만의 길을 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한창 한 줄, 두 줄의 명언이 유행을 탔을 때도 나는 묵직하게 흰 메모장에 꽉 들어차게 글을 쓰고 그것을 꾸미지도 않고 올리기만 했다. 5-6년이 지난 후 어쩌다 보니 만나게 된 그 인스타그램 계정의 게시글은 생각보다 좋아요와 댓글이 많이 달렸었다. 그 계정을 찾으려고 했지만 무의식 중에 핸드폰 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그 계정을 찾을 수도 없게 됐다. 사실 그 계정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다시 글을 잘 쓸 자신이 없다.


점점 내가 망가지고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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