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
바르셀로나는 여기 진열대에 놓인 야채들처럼 싱그러운 곳이었다.
추운 파리에 있다가 바르셀로나에 오니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두터운 외투를 벗어두고 다녀도 될 정도로 따스한 날씨 덕에 옷차림과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유쾌했으며 낯선 타인인 우리에게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우리의 눈에 비친 그들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흥부자'였다.
이곳은 3일 내내 갔던 식당이다.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머리를 묶은 웨이트리스가 항상 웃는 얼굴로 우릴 맞아주었다.
그녀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유니폼 상의, 검은색 바지를 입고 한 손엔 은색 트레이를 든 채 음식을 날랐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에도 이곳에 갔던 우리는 유쾌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그녀는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더니 홀을 왔다 갔다 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척 신이 난 것 같았다. J와 나는 즐거워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일 쉬는 날인가 봐."
"크리스마스니까."
"어디 좋은데라도 놀러 가는 걸까?"
유럽에선 우리와 달리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그들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향에 가거나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여행자인 우리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조금 아쉬웠다.
특히 크리스마스 당일, 대개의 식당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밥 먹을 곳을 찾아 거리를 돌아다녀야 했다.
닫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봤는데 이 식당은 크리스마스에도 문을 열었다.
J와 나는 야외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바깥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주문을 받으러 온 사람은 전날 춤을 추던 웨이트리스였다.
이브에 일을 하고, 또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나와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멋진 춤을 출 수 있다니. 나는 그녀가 조금 신기했고 한편으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다시 바르셀로나에 가서 이곳을 방문한다면 그때도 그녀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살폿살폿 춤을 추고 있을까?
너무나 사랑스러운 구엘 공원
보고 있나요?
사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를 보러 간 것이었다.
중학교 때 수행평가 과제를 위해 자료를 서칭하다가 우연히 가우디의 아름다운 건축물 사진을 발견했었다.
그렇게 그의 건축물들에 반한 나는 한동안 가우디의 작품 사진을 모으기도 했었다. 그때부터 쭈욱 실제로 내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결국 그 소망을 이루게 되었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을 떠올리게 하던 두 개의 나란한 작품.
관리소와 기념품샵으로 쓰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관리소가 아닌지.
이 창문은 둘 중 하나의 내부에서 찍은 것이다.
길목을 쓸고 있던 청소부의 모습을 찍고 싶었으나 제대로 담기지 않아 아쉽다.
가우디의 모든 건축은 자연을 닮았다. 작품 각각의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그의 작품들은 모두 우리의 곁에 늘 존재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볼 때마다 평안해지고 위안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의자를 보기 위해 구엘공원에 두 번이나 찾아갔다.
파도를 닮은 길고 구불구불한 곡선의 벤치는 가우디가 실제 인부들의 신체 치수를 재가며 만든 것이다.
정말 편할까? 의심을 품은 채, 살짝 불편해 보이는 이 의자에 앉는 순간 그 말이 사실이란 걸 단박에 깨달았다.
돌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너무나 편안했기 때문이다. 엉덩이부터 허리, 등까지 이어지는 부분에서 불편하거나 배기는 곳이 단 하나도 없었다.
또 어디로 눈을 돌리든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타일들과 그 무늬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꼬마 사진가의 그림자가 직각으로 꺾여있다.
선글라스 패밀리
한 사람일까?
마치 한 사람 같은 두 사람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