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라 Jun 20. 2017

스페인, 바르셀로나 2

film photograph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압도적인 크기에 놀라고 그에 버금가는 디테일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곳. 

단순히 성당이라 부르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야말로 '작품'이라 불려야 하는 곳.

현재는 일본인 건축가가 이어받아 계속해서 성당을 짓고 있다.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미완의 작품이다.

외부를 보면 가우디가 지은 부분과 새로 지어진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디테일에서 건축가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더 간단하게는 색깔로 구분이 가능하다. 어두운 색과 밝은 색으로 나뉜다. 

가우디가 이전에 만들어두었던 어떤 부분이 망가져서 복원을 했다고 하는데, 가우디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차이를 두기 위하여, 그 부분을 일부러 밝은 색으로 만들어두었다고 한다.


언제 완공될지 모르지만 그때 다시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고 싶다. 





성당 내부









성당 내부에 스며드는 모든 빛은 마치 조명을 켠 것 같지만, 실은 전부 자연광이다.

가우디는 빛이 들어오는 시간과 방향 등을 생각하며 성당을 디자인하였다.

자연과 어우러지길 즐기는 사람은 성당의 천장을 보고 자신만의 어떤 내밀한 순간들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가우디는 어느 날 숲 속에 누워있다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바라보고 그것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성당을 건축하면서 그는 자신이 자연에게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투영하였다. 

성당 내부 어느 공간에 서있든지 (주저앉거나 대범하게 누워버린다면 더 좋겠지만) 위를 바라볼 때마다 우리는 가우디가 경험했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마치 기다랗고 커다란 숲 속의 나무들이 모여있는 것만 같다. 










한쪽으로는 태양과 같은 붉은색 빛이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하늘을 닮은 푸른빛이 스며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정말이지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싫을 정도로 아름답고 압도적인 곳이었다. 

J와 나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서로 흩어져 각자 보고 싶은 것을 보며 돌아다녔다. 나는 조금 지쳐서 푸른색 빛 아래 기다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반대편에 앉아있던 J가 보였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우리 둘 중 누군가 먼저 일어났고 다른 하나도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중간에서 만나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당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거대한 성당만큼 거대한 문 쪽으로 향했다. 성당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찬란하게 성당 내부를 밝히던 빛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자연광이 성당 내부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해가 질 무렵부터는 빛 대신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문을 일찍 닫는 것이었다. 자연의 시간에 맞춰 문을 닫는 이곳이, 나는 참 좋았다. 
























구시가지


바르셀로나에 방문할 생각이 있는 이에게 나는 꼭 구시가지에 가보길 권하고 싶다. 

해가 쨍쨍할 때보단 햇살이 살며시 모습을 감추려 할 때 즈음에 가보기를. 

관광객과 인파에 질려 한적하고 고즈넉한 곳을 찾아가고 싶은 이에겐 특히나 더 매혹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떠올리며, 

구시가지의 어느 대성당에 무작정 찾아가 보았다.




























여기 네모난 공간에서 말을 하면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구태여 소리치지 않아도 저 아래의 사람들에게 나의 말을 전달할 수 있다.

저 아래에서 누군가 나를 불러온다면 나 또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담고 싶었던 건 붉은 지붕 위에서 한쪽 발로 서 있던 형상이다. 저것이 정확히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언뜻 보면 꼬마 악마 같기도 하고 또 천사 같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인간을 닮은 것도 같다. 


그리고 다른 하나. 나는 저 형상뿐만 아니라 내 앞에 선 두 사람을 저것과 함께 담고 싶기도 했다.














동글 동글 동글 동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 많은 것들이 지워져 가던 순간. 번짐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인, 바르셀로나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