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
여행 동안 하루치의 계획은 대개 전날 밤이나 그날 아침에 정해졌다.
몬주익 분수쇼를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눈으로 더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여전히 그때의 황홀했던 순간이 남아있기에 그 느낌만으로도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J와 나는 이번에도 조금 떨어져 앉은 각자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분수쇼를 보며 넋을 잃은 채 앉아있었다.
분수쇼를 다 본 뒤엔 이제 막 꿈에서 빠져나온듯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바르셀로나의 밤 22시 11분을 지나며.
야경을 보기 위해 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기에 이렇듯 산타클로스를 어느 집에서든 만날 수 있었다.
산타들 그리고 허스키
사다리를 오르는 산타들을 파는 상점을 발견했더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했을 텐데 아쉽게도 구할 수 없었다.
드리우다
이들은 한 가족처럼 보였는데,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인듯했다.
집에서 빨간 산타모자를 여러 개 가지고 나와서 서로에게 씌워주던 모습이 무척 다정해 보였다.
모자가 부족해 쓰지 못한 몇몇은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금세 서로에게 장난을 치며 웃음을 보였다.
산타 패밀리도 산타 연인들도 J와 나도 모두 벙커를 향해 가던 중이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전경이 꽤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특히 노을이 질 때 아름답게 변해가는 하늘의 색깔을 마주할 수 있다.
계획도시, 바르셀로나.
잘 보면 각각의 구획이 명확하게 되어있다. 어찌 보면 참 깔끔해서 좋은데 달리 생각해보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구역과 구역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자동차가 뿜어내는 노랗고 빨간 불빛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되지 않는, 저 푸른색 위를 표류하고 있는 것은 모두 선박들이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더 흐릿해졌으면.
그림자로 남은 사람들
희미하게 보이는 산타모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