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
2016.12.20~
France, Paris
지난겨울 약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우선, 스무 개가 넘는 필름을 가져갔으나 다 쓰진 못했다.
12월-1월 유럽의 날씨는 생각보다 더 추웠다.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빗방울에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쫄딱 맞으며 에펠탑을 향해 한참을 걸어야 했던 적도 있었고,
간밤에 내린 폭설 때문에
뮌헨-부다페스트-프라하 구간 동안 캐리어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 꽤 있었고 지속적으로 칼바람이 불어댔다.
추위 때문에 아이폰이 시도 때도 없이 꺼져서 욕과 함께, 헛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비실비실 새어 나왔다.
길을 찾아야 하는데...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자꾸 예고도 없이 꺼지고는 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거의 오후 5시면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글루미한 느낌이 물씬 풍겨서 낭만적이기도 했지만
여자 둘이 돌아다니기엔 춥고 무섭고 너무 까만, 칠흑 같은 밤의 연속이었다.
하여간에 날씨는 대게 우중충하고 구름이 많이 껴있었다. 햇살이 밝은 날이 굉장히 드물었다.
소매치기 안 당하려고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묵직한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건 참 불편한 일이었다.
가지고 나가는 위험부담, 번거로움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란... 너무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여건이 되는 한, 나름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시간이 자주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와중에 찍어 흔들린 사진도 많다.
아쉽지만 다음 여행을 기약해야지.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나중에 알았지만) 위치가 꽤 괜찮은 편이었다. 여행 명소에 이르기 편한 라인에 있었다.
호텔 위치도 괜찮았지만 특히 커튼을 열어젖혔을 때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yard가 좀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파리에서의 첫 3박은 너무너무너무 정신이 없고 또 날씨도 흐려서 그런 풍경들은 제대로 담지 못했다.
침대가 좀 작았지만 파리에서 머무는 기간 내내 눕자마자 잠들었다.
이 사진은 아마 쨍한 초록색의 베개가 마음에 들어서 찍어두었던 것 같다.
노트는 총무를 맡았던 J의 것이다.
여행하면서 돈 관리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기에 정말 그녀에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