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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라 Apr 26. 2017

프랑스, 파리 1

film photograph






































사람 사는 곳에 식물이 가득한 것을 보면 저절로 셔터에 손이 간다.

































우중충한 날씨. 빠르게 걸어가며 찍은 사진.

나무들이 너무 멋졌다. 

가지가 마치 뿌리 같았다. 나무가 거꾸로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저쪽을 향해 가는데 자동차는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마트로슈카 대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길 자체가 기울어 있었는지 내가 그렇게 찍은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자 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 사람이 몸을 서로에게 맞대고 있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파리엔 정말 반짝반짝하고 예쁜 것들이 많았다. 

길을 가다가도 몇 번씩 탄성을 내지르며 멈춰 서서 구경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J와 나는 리액션이 많은 편이다. 엄청 사소한 것에도 감탄사를 뱉으며 좋아하는 타입이랄까...  

특히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에게 약하다. 그래서 죽이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취향이 맞지 않으면 한 사람은 빨리 가고 싶어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자꾸 멈춰 서고 싶어 질테니까.

둘 다 이런 성향을 갖고 있다 보니 막상 목적지에 도착해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지체되어 있곤 했다.



















어느 겨울날 횡단보도를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던 나를 보고 K는 이렇게 말했다. 

"너 방금 저 아저씨한테 욕먹을 뻔했어. 앞으로 조심해야겠는데."


확실히 거리에서 인물사진을 찍으려면 대담해져야 한다. 

비비안 마이어의 롤라이플렉스 같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니다. 그 카메라를 지금 시대에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댄다면 분명 눈에 띌 것이다.)


하여간 이런 식으로 흔들린 사진을 보면 뭐랄까. 역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의 사진을 찍으려면 지금보다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진 딱히 멋지고 대단한 사진을 찍고 싶다거나 사진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따로 사진을 배워본 적도 없으며 그저 기록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사진을 찍고 있다. 

글을 쓸 때와는 다르게 사진에는 어떠한 가공도 하지 않으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셈이다. 

그런데 어떤 순간을 어떻게 담아낼지는 내가 정한다. 아주 짧은 순간 내게 다가오려 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현상을 기다리는 동안 그 찰나의 순간들은 잠시 의식의 저편으로 넘어가 스르르 잠긴다. 

얼마 후 사진을 받아보면 아주 낯선 느낌이 든다. 

그것들은 캄캄한 무의식에서 조명이 비추는 의식의 무대로 건져 올려지며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럴 때 무언가를 툭-하고 건드려 놓고는 아닌 척 시치미를 뗀 채 넘어와 있는 건 아닌지.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퐁피두 센터!

반대편에서 본 모습은 또 다르다.

퐁피두센터에 들어가려면 가방을 검사대에 통과시켜야했다. 

위협적인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확인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파리에 있는 내내 어디를 들어가든 가방 속을 보여주어 내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했다.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루브르와 오르세 그리고 오랑주리 미술관 등에서 모두 가방검사를 했었다. 아마도 테러의 위협 때문에 더욱 삼엄하게 경계하는 것이겠지.


오픈 시간 전부터 가서 줄을 서있었는데 한국에서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백팩이나 에코백을 멘 대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또 노숙자처럼 보이는,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무리도 있었다. 특히 눈을 사로잡았던 건 줄을 서서 너나 할 것 없이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들의 모습.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 패션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피부색과 생김새는 가지각색이었다. 

한참 기다린 끝에 들어가 보니 막상 우리가 들어간 곳은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그런데 다행히도 퐁피두센터는 도서관과 전시관이 함께 있는 복합공간이었다. 그래서 우린 직원의 안내를 받아 무사히 전시관이 있는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유럽여행을 하며 찍은 것들 중 꽤 마음에 드는 사진. 좋아하는 게 다 담겨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니 국적과 성별, 연령을 막론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있었다.

촬영을 할 수 있다기에 핸드폰으로는 사진을 많이 찍어놓았는데 막상 카메라로 찍은 건 별로 없다.


이날 오후는 르네 마그리트 전시를 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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