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
어느덧 연말이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름 즈음에 미리 사두었던 새해 다이어리를 꺼내어 보는 일이 부쩍 늘었다.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아멜리에의 원피스 같은 붉은빛이 도는 주황색.
새 다이어리의 컬러는 새싹 같은 연두색이다.
새해엔 좀 싱그러워지고 싶었는지 이런 밝은 빛깔을 2019년의 색으로 골랐다.
올해엔 다녀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가까스로 해를 넘기지 않고 다시 제주를 찾았다. 다행이랄까.
덕분에
돌처럼 까맣고 작은 마음의 위안을 받고 돌아왔다.
위에서 바라본
곧 떠날 사람을 위해 작은 캔들을 샀다.
가을 제주의 고즈넉한 색감을 만났다.
앞에서 바라본
한 남자의 붉은 점퍼가 얼룩처럼 사진 곳곳에 찍혀 있었다.
다시 코로나 엑스트라, 낯익은
월정리는 내게 발견의 장소이다.
이곳에 오면 유독 바닥을 자주 보게 된다.
모래사장 곳곳에 아름답고 생생한, 물결이 지나간 흔적들이 남아있어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여름의 월정리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생동감이 넘치던 해변이든 한산한 해변이든 내겐 모두 매력적이다.
제주의 많은 부분을 사랑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사랑스러운 건 역시,
검고 너른 돌 위로 바다가 다녀간 흔적이 물결처럼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