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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라 Apr 23. 2019

그날 오후, 제주의 광치기해변에 매료되어 사로잡혀버렸네

film photograph


















광치기 해변


성산일출봉의 유채꽃밭에 가려다가 우연히 들렀던 곳.

예전에 구글맵에 깃발을 꽂아두었던 해변이었으나 이번 가족여행에선 미처 갈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노란 꽃밭을 찾아가던 중 차를 세우고 보니 멀리 광치기해변이 보였다.

유채꽃밭에 가려던 우리는 멀리 보이는 광치기 해변의 매혹적인 풍경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저 멀리 보이는 해변엔 사람을 매료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멀리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가갔다.




날이 흐려 멀리 뿌옇게 보이는 성산일출봉의 실루엣. 광치기 해변 그 어느 곳에서도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그리고 우두커니 서있던 두 마리의 말.

나는 이 말들이 광치기 해변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느껴졌다. 

멋진 해변의 수호자들!














































































































































































나는 해녀를 좋아한다. 

몇 달 전 에바 알머슨 전시를 보러 가서 가장 좋았던 그림도 '해녀'를 담은 것이었다.

동화책 <엄마는 해녀입니다> 또한 좋아한다.

나는 그녀들을 존경하고 있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광치기 해변에 다가가던 중 멀리 손톱만 하게 보이는 그녀를 발견한 뒤부터 셔터를 계속 눌렀다. 

나의 카메라 렌즈는 집요하게, 그녀가 디디는 모래사장 위 발자국의 방향을 함께 따라갔다.

뭍으로 나온 해녀는 걷는 것조차 힘에 부쳐 보였고 자주 걸음을 멈추곤 했다. 

그럴 때면 나도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숨을 멈추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며 앞으로 걸어가는 여자를 바라보며 

나는 혹시 그녀가 갑자기 모래사장 아래로 폭, 하고 꺼져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만큼 그녀의 몸은 넓고 깊은 바다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것처럼 묵직해 보였다. 

나는 그녀가 내게서 멀어질 때까지 신중하게 숨을 고르며 지켜보았다. 

그녀가 모래 속으로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하며.


그녀는 아주 천천히, 모래 위에 깊고 짙은 발자국을 내며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때에 우리는 아주 잠시였지만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손을 꼭 잡은 두 사람에게서 느껴진 다정하고 따뜻한 기운.

이때 내 입가에도 그들의 다정함이 스며들었던 것 같다. 저절로 작은 미소가 지어졌으니.






















































해변의 그 누구도 너희들을 괴롭게 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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