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
멀리서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보여 다가갔다.
한 남자가 보였다. 그는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안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는지, 거울 속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거울을 바라보는 얼굴이 너무나도 진지해 보여서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가갔다.
우리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자 그는 곧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빨간 옷을 입은 남자와 어쩐지 비슷해 보이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속 우리의 모습은 매우 흐릿하여 뭉개진 것처럼 보였다.
점점 지워져 가는 것처럼, 형상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처럼, 살아있는 실체가 아닌 것처럼.
풍성한 가을의 기억을 안고 갔지만 너무나 삭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