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알려준 내려놓음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있었던 저에게 명상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주 동안은 불안과 긴장, 답답한 마음들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마음들과 호흡하며 함께 머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순간이면 문득 '이런 내가 명상을 이야기해도 될까?' 하는 의심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바로 이 불안과 두려움 속에 머물며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재할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명상으로부터 배운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명상은 처음에는 예민한 기질에서 벗어나 완벽한 고요의 상태를 성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명상은 그 순간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품어주며 친밀해지는 연습의 과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오픈포커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기법으로 출발했지만, 점점 자신과 친밀해지는 하나의 길이 되었던 것이죠.
강의에서 열린 주의와 좁은 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예전에 사두었던 오픈포커스 책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페미 박사의 실제 경험과 '공간'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책 속 연습들을 따라 하며 글자 사이의 여백을 인식하고, 나와 책 사이의 공간을 느끼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갔습니다.
저는 원래 무언가를 시작하면 시간을 정해놓고 목표를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습니다. 재미가 없어도 미래의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억지로라도 해내야 한다는 습관적인 패턴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만큼은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습니다.
원하는 결과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냥 한번 해보자, 억지로 하지 말자,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자—그런 편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페미 박사가 '포기하는 순간'에서 알파파를 경험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저 역시 예전에 애써왔던 경험들에 대한 실망감이 그런 변화를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얼마나 연습했는지조차 기억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리가 아프면 멈추고, 하기 싫으면 다른 일을 하고, 산책하다가 문득 공간을 인식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그저 억지로 하지 않았다는 것, 자유롭게 했다는 것,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이 내킬 때 진심을 다했다는 것—그것이 가장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은 페미 박사가 말했던 '포기하는 마음, 붙잡지 않고 내려놓는 마음'과 닿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더 적극적인 의욕이 생기면서, 책에 실린 연습 문구를 직접 들으며 따라 하고 싶어 졌습니다. 출판사에 연락해 음성 파일을 구해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당시에는 절판이었지만 지금은 샨티에서 재출간되어, 관심 있는 분들은 책과 영상을 통해 접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듣다 보면 저와 맞지 않는 문구들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편하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문구들로 바꾸어 대본을 만들고, 제 목소리로 녹음해 들으면서 연습했습니다.
4개월쯤 지나면서 앉아 연습하는 순간 몸이 가라앉고 이완되며, 생각이 사라지고 고요에 머무는 상태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저는 무척 기뻤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했던 제게 '마음의 안전한 공간'이 생겨났다는 것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도 마음챙김 명상이나 이완 기법들을 통해 깊은 이완을 경험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아주 빠르고 자주 찾아왔고, 심지어 대화 중에도 즉각적으로 몰입 상태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또 책에서 말한 대로 통증이 점차 작아지거나 사라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넓은 공간 속에 통증이 아주 작은 부분으로 존재하는 듯한 체험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그 상태는 점점 예전처럼 쉽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저는 다시 그 상태로 들어가고 싶어 애쓰게 되었습니다.
공간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빨리 그 몰입 상태로 가야지' 하는 조급한 마음이 생겨, 나도 모르게 공간을 붙잡으려 했던 것입니다. 눈에 힘이 들어가고, 공간의 한 부분에 집중하게 되었지요.
그때는 몰랐지만, 오픈포커스의 핵심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느냐'보다 '어떻게 주의를 기울이느냐'였습니다. 공간에 주의를 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붙잡으려는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이면 다시 좁아지고 긴장됩니다.
그러다 책을 다시 읽으며 새삼 마음에 다가온 구절이 있었습니다.
"배경이 되는 공간을 인식하고 그 안에 머문다는 것은 쥐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이 구절을 읽고서야, 저는 공간을 느낀다면서도 실제로는 그것을 붙잡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간은 본래 붙잡을 수 없는 것이기에, 내려놓음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공간마저 붙잡으려 하고 결국 경직된 주의 속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저는 오픈포커스를 연습하면서 내려놓는 상태와 욕심내고 붙잡으려는 상태 사이를 계속 오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자신을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가장 큰 힌트는 '호흡'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붙잡고 욕심을 낼 때는 호흡이 짧아집니다. 또 미간에 힘이 들어가 찡그려지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쉬는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면 몸은 자연스럽게 느슨해지고, 그 과정에서 내려놓음의 감각이 깊어집니다.
또 한편으로는 몸 전체의 감각을 바라보면서,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는지 편안한 상태에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저에게는 내려놓음과 긴장 사이의 미묘한 감을 찾아가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결국 오픈포커스는 단순한 기법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결과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해 가는 그 과정 자체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해 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고, 다시 내려놓고, 또다시 붙잡고—그 과정을 오가며 조금씩 자신을 이해해 가는 것. 그 자체가 소중한 배움이자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