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와 공간의 발견
지난 글에서 오픈포커스를 접하게 된 계기와 좁은 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나누었다면, 이번에는 레스 페미 박사가 어떻게 이 혁신적인 기법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레스 페미 박사는 원래 원숭이의 시각 인식을 연구하던 중, 뇌가 스스로와 소통하는 기본 원리가 '뇌파 동조'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동조란, 뇌의 여러 부위에서 전기적 활동(즉, 뇌파)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는 뇌파가 동조될수록 정보 처리의 정확성과 속도, 인식의 폭이 향상되며, 뇌가 주어진 일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뇌파 동조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동조 현상은 깨어 있으면서도 이완된 알파파 상태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그는 알파파를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알파파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실험을 포기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포기의 순간', 실패를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그의 뇌파는 놀랍게도 높은 진폭의 알파파를 기록하게 됩니다. 너무 애쓰던 순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힘을 내려놓는 순간 가능해진 것이죠.
저는 이 장면이 오픈포커스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보다, 어떻게 두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즉, 긴장 속에서가 아니라 힘을 빼고 유연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가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편안한 상태를 원하지만, 우리는 외부 자극과 내면의 습관화된 긴장 때문에 쉽게 이완되지 못합니다. 오픈포커스를 배우려 할 때도 '잘 해내야 한다'는 기대와 성과에 대한 욕심이 마음속에 자리합니다. 그런 기대 없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페미 박사는 바로 그 기대를 내려놓고 완전히 포기한 순간, 알파파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려놓음이야말로 가장 원하는 것을 얻는 열쇠였던 겁니다.
이것은 저에게 매우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오픈포커스를 연습하는 내내 저는 이 모순과 계속 마주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배우지만, 기대가 오히려 과정 자체를 방해하고 맙니다. 그 기대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원하는 상태가 찾아온다는 것—이 모순은 제가 오픈포커스를 통해 가장 깊이 체감한 진실이었습니다.
페미 박사는 반복해서 알파파를 만들려 했지만, 그럴수록 실패했고 좌절했습니다. 그러나 포기의 순간에 알파파를 경험한 이후, 그는 알파파의 지속 시간과 진폭,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실제로 알파 상태에서 몇 시간을 보낸 뒤, 그는 중심이 잡히고 침착해졌으며, 마음이 가볍고 자유로워졌다고 말합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웃음이 많아졌으며, 심지어 관절염 통증도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시각과 청각이 크게 향상되어 사물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고도 합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주의가 확장되고, 모든 소리와 감각의 배경이 되는 '고요한 침묵'이 더 선명하게 자각된다고 말합니다. 어떤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가 자연스럽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그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첫째, 알파파는 주의를 집중 상태에서 확산 상태로 전환시켜 의식을 확장시킵니다.
둘째, 눈을 뜬 상태에서도 주의 기울이는 방식을 바꾸기만 해도 몸이 이완되고 다량의 알파파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험이 계속되면서 그는 '위상동조 알파파'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알파파가 동시에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으로, 많은 수의 뇌세포가 함께 활동하며 강력한 상승효과를 일으킵니다. 그는 이 현상의 잠재력을 깨닫고, 더 쉽고 빠르게 이를 유도할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무형의 심상', 즉 '무(無)'나 '공간'에 대한 인식이 알파파 상태로 가장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1971년, 그는 한 실험 참가자에게 "두 눈 사이의 공간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했고, 그 순간 참가자의 알파파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빈 공간'에 대한 질문은 거의 예외 없이 알파파 동조를 유발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무는 단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위대한 치료자이며 신경계의 건강과 회복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공간, 침묵, 영원과 같은 개념들은 집중하거나 붙잡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감각을 통해 경험하는 배경이 됩니다. 그 배경을 인식하고 머무는 것은, 쥐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그가 실패를 받아들이며 경험한 그 알파파 동조 상태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무형의 심상', 즉 붙잡을 수 없는 공간의 인식을 통해, 그는 다시 그 상태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문화는 '노력'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깁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런 문화는 우리 안에 좁은 주의를 학습시켰습니다. 좁은 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고착된 삶은 경직되고 피로해집니다. 열린 주의, 오픈포커스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노력'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페미 박사는 무형의 심상을 통해 '노력하지 않음', '붙잡지 않음'을 실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우리가 공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뇌는 대상을 쥐려는 시도를 멈추고 느슨해지며 자연스럽게 열린 주의 상태로 전환됩니다.
그는 말합니다. 공간을 인식하는 것은 오픈포커스로 들어가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이라고. 그리고 그 길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그는 다양한 무형의 심상 연습을 녹음하여 제공했고, 이 책에서도 통증, 우울, 불안 등 다양한 문제에 오픈포커스를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안내합니다.
결국 페미 박사는 무언가를 배우면서도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그 모순된 상황을 해결한 열쇠를 발견한 것입니다.
페미 박사의 발견 과정을 살펴보며, 오픈포커스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우연한 발견이 어떻게 체계적인 기법으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무형의 심상'이라는 열쇠가 얼마나 혁신적인 접근법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론도 실제 적용해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다음 글에서는 제가 직접 오픈포커스를 일상에 적용해 보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깨달음, 그리고 실제로 경험한 변화들을 솔직하게 나누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