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알려준 주의의 힘
지난 글에서는 제가 오픈포커스를 처음 만나게 된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훈련법을 만든 레스 페미 박사의 이야기와 함께, ‘주의’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우리가 의식을 인도하여 이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핵심 메커니즘은 바로 주의입니다. 우리는 주의가 가는 대상을 마음으로 인식하고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경험해가고 있습니다.
레스 페미 박사는 40년이 넘게 인간이 자기의 주변 세계와 내면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가 주의가 갖는 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69년 신장 결석이었습니다. 어느 날 오후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이 전신으로 뻗치는 걸 느꼈습니다. 통증 때문에 거의 쓰러질 뻔했죠. 진통제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몇 시간 후 통증은 처음에 갑작스럽게 생겼던 것처럼 다시 갑작스레 사라졌습니다.
며칠 후 통증이 다시 찾아왔을 때, 그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몸에서 통증이 가장 심하게 느껴지는 지점을 찾아 거기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였고, 그런 다음 통증과 '싸우지 않고' - 그때까지 그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통증과 싸우고 있었다 - 통증에 자신을 내맡기기로 했습니다.
몸이 온전히 통증을 느끼도록 허용할 뿐 아니라 아예 자신을 통증 속에 푹 빠트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통증이 이내 사라졌고 그 자리에 밝으면서도 가벼운 느낌이 생겼습니다. 이때 주변 세상은 더 밝게 보였습니다.
다음날도 신장 결석으로 인한 통증은 다시 나타났고, 다시 한번 그는 통증과 싸우기를 멈추고 통증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자 맑고 깨끗한 느낌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는 여기서 '뭔가 있다'는 걸 직감했고 첫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통증을 얼마나 크게 느끼는가는 통증에 어떻게 주의를 기울이는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했던 것은 통증과 싸우거나 주의를 흩트려 도망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통증을 자신의 주의의 '한가운데' 두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는 이토록 심한 신체의 통증을, 통증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이 발견을 계기로 그는 우리가 주변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과 다양한 형태의 주의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이해하는 작업에 평생을 바치게 됩니다.
수십 년의 연구 끝에 그는 중대한 교훈을 얻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바꿀 때,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에게 있어 우리가 세상을 경험해 가는 바탕인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 최상의 치료 도구라는 것입니다.
그는 힘을 들여 경직된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일 때 그것이 몸과 마음 전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겁내고, 화내고, 애를 쓰고, 경직되고, 저항하는 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반대로 유연한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일 때 우리는 더 수용적이고 편안하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그는 주의의 힘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한 가지를 강조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보다 '어떻게' 주의를 기울이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자가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 그 먹잇감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소리는 흘려버립니다. 이제 사자는 이완되고 확산된 주의양식에서 강렬하고 한 지점에 집중하는 주의양식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먹잇감을 쫓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근육긴장도와 심장박동수, 호흡률도 증가합니다.
그는 이런 주의양식을 좁은 분리형 주의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우리들 대부분이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지만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합니다. 좁은 분리형 주의는 하나 혹은 몇 개의 중요한 대상만을 인식의 전경으로 삼아 거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때 그 밖의 모든 자극은 인식의 배경으로 물러납니다.
좁은 분리형 주의는 비상시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만성적으로 사용하면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좁은 주의를 지속하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진화하면서 지금 당장 위급하거나 중요한 외부 상황에 반응하는 좁은 주의 양식을 발달시키게 되었습니다.
사실 긴장된 좁은 주의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단기간에 많은 것을 성취할 수가 있게 해 줍니다. 문제가 된다면, 우리가 좁은 주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면 거기에 거의 '중독'되어 가고 몸에 긴장된 스트레스가 축적되면서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랍니다. "숙제에 주의를 기울여라, 선생님께 주목해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집중해, 차 조심해" 등등. 이런 말이 의미하는 것이 뭘까요? 우리가 대상에 충분히 좁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경고입니다. 그것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우리의 인식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이 권장하는 좁게 집중하는 주의 전략에 충실할수록 우리는 주변의 신뢰와 인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좁은 분리형 주의는 자신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좁은 집중은 우리의 안녕이 위협받을 때 일어납니다. 그것은 두려운 상황에 대하여 조건화된 반응입니다.
카일이라는 소년이 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반복적인 학대를 당했습니다. 카일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고 조그만 잘못에도 허리띠로 매질을 했습니다. 결국 위탁가정에 맡겨지지만 학대의 희생자였던 카일은 극심하게 좁은 주의에 갇혀있었습니다.
카일은 언제 어디서 자신에게 위협이 닥칠지 몰라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 대해 카일은 본능적으로 좁은 분리형 주의 상태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주변환경의 위험을 살피고 자신에게 닥칠 어떠한 공격에도 무척 예민하고 두려워했습니다.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카일은 좁은 시야를 갖게 됐습니다. 카일은 만성적인 좁은 시야로 읽기 능력에 장애가 생겼습니다. 한 단어만 집중하고 다음 단어는 무엇인지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카일은 눈 근육을 이완하는 법을 배우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좁은 주의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그의 인식의 흐름이 회복된 것입니다.
만성적인 좁은 분리형 주의는 두려운 상황을 악화시키고 상황이 호전되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피하기 위해 좁은 주의에 계속 머물려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좁은 집중은 일종의 회피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처리하기 위해 주의를 사용합니다. 주의를 고통 이외의 것으로 더 잘 돌릴수록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가령 정서적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흥미진진한 게임이나 재밌는 소설, 술, 도박, 음식, TV 등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 중독은 우리가 고통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략적인 주의전환 방식입니다.
우리는 좁은 주의 속에 계속 머물면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 뇌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지 않도록 만듭니다. 환자 중에는 TV나 유튜브 등을 시끄럽게 틀어놓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느낌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가 만성화되면 긴장이 쌓여 피로와 탈진, 결국에는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좁은 분리형 주의에 대해 보상을 주는 문화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좁은 분리형 주의를 활용해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며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습니다.
우리는 만성적으로 힘을 써가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는 만성적으로 좁게 집중하고 있는 상태가 얼마나 큰 긴장을 일으키는지를 자각하지 못합니다.
심리적으로 우리가 좁은 분리형 주의에 오랫동안 머물수록 마음속의 두려움과 불안이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 내면에 쌓이는 스트레스는 다양한 느낌을 의식하지 못하는 감정, 정서적 무감각 속에 우리를 가둡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 경직된 것에는 뭔가 잘못된 점이 있습니다.
그는 만성적 좁은 분리형 주의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넓은 유연한 주의방식인 오픈포커스를 제안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페미 박사가 어떻게 '공간'이라는 열쇠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오픈포커스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