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두려움- 뇌의 이야기

통증 탈출, 뇌 속에 답이 있다를 읽고......

by 텅빈글방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오랜 시간 통증으로 힘들어해 온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통증과 뇌의 관계를 연구한 책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도 함께 들었다.

저자 알렌 고든은 스스로 20가지가 넘는 통증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고, 자신의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개발한 방법으로 자신의 통증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현재는 만성통증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을 실제로 치료하고 있다. 그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걸어갔던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알렌 고든이 발견한 핵심은 분명하다.

만성통증이 해결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변화는, 아픈 부위의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 통증을 처리하는 뇌의 패턴이 변화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통증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아픈 부위를 치료하려 한다. 물론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다친 부위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이미 회복되었거나,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의 통증은 신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통증 회로가 과활성화된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만성통증 환자들이 통증에서 회복된 뒤 촬영한 뇌 MRI 사례들을 소개한다.

통증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이 변화한 흔적들을 보며, 그는 만성통증이 뇌의 학습된 반응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책은 뇌가 어떻게 통증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다양한 실험과 실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통증은 너무나 생생하고 실제적인 감각이기에, 그것이 뇌에서 만들어졌다는 가능성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는 통증이 ‘가짜’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매우 실제적인 경험일 수 있음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통증과 뇌는 어떻게 상호작용할까.

그는 ‘통증–두려움 순환 패턴’을 통해 만성통증이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통증이 발생하면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고, 그 두려움은 다시 통증을 더 예민하게 만든다. 이렇게 통증과 두려움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뇌의 패턴으로 굳어지면서 만성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패턴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시 학습을 통해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통증은 몸의 감각으로 표현된 두려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통증을 없애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통증이라는 감각을 통해 다가오는 두려움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그리고 그 두려움과 싸우지 않고 조심스럽게 만나가는 방법을 묻는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담이었다.

그는 처음에 호기심 어린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통증을 신체 감각 추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통증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번째 시도에서는 통증을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이 방법을 사용했고, 그 순간 다시 통증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통증이 해롭다는 두려움은 오히려 더 커졌고.

이 대목은 나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나 역시 마음을 내려놓고 가벼운 태도로 명상이나 몸의 감각을 바라볼 때는 이완과 고요함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늘 욕심이 따라온다.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고, 더 깊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 다시 긴장과 애씀, 투쟁의 모드로 돌아가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무언가를 붙잡으려 애쓸수록, 그것은 더 멀어지고 몸과 마음은 경직된다.

내가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잠시 멈추고 다시 처음의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의 경험을 읽으며, 이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마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의 첫 마음은 아마도 ‘통증을 없애고 싶다’는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바람 자체가 또 다른 긴장이 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통증뿐 아니라, 삶에서 없애고 싶어 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경험들이 있다는 사실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러한 관점은 통증을 넘어 삶의 다양한 장면으로 확장된다.

통증이라는 감각을 통해 만났던 두려움은, 결국 우리 삶 곳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그 두려움들을 어떻게 만나 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통증으로 오랜 시간 힘들어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이 통증뿐 아니라 삶의 여러 두려움을 마주하는 데에도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증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이해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신호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책과의 산책이 나름의 시간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