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그리고 기회
2025년 4월, 평생 헬스장 한번 다녀본 적이 없던 내가 피티를 무려 6개월이나 끊었다.
항상 산책, 홈트 등으로 몸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야근과 허리 통증 등으로 운동량이 확 줄어들면서 고3 때 몸이 그리운 듯 날로 날로 통통해져 갔다.
얼마 전 꼬막을 먹고 더운 주말에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낮에 네 번이나 구토를 한 적이 있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토를 한 건 처음이라 정말 죽다 살아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구토 과정에서 식도를 건드린 탓인지 다음날부터 갑자기 기침이 심해졌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비염도 같이 온 것 같았다. 자고 일어나니 목에서 피가 나왔고, 밥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기침에 콧물에 갑자기 환자가 되었다.
금세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목도 따갑고 무엇보다 기침이 너무 심했다. 하지만 일정 상 병원을 빨리 가지 못하여 급한 대로 약국약만 챙겨 먹었다. 그래도 낫지 않아 병원에 가니 성대는 괜찮은데 성대 위쪽이 살짝 변색됐다고 한다. 약을 처방받고 꾸준히 먹는데도 낫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운동을 갔다. 돈이 아까운 것도 있었지만 아예 쉬어버리면 몸이 더 망가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 헬스장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전부 모르는 사람이지만 학창 시절 느꼈던 도서관의 열기처럼, 헬스장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혹은 살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친구에게 말했다.
"헬스장 가니까 사람들 진짜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내가 그동안 너무 안일했던 것 같아"
나는 운동을 열심히 안 했다는 뜻이었는데 친구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아냐 너 절대 안일하지 않아. 작년을 떠올려봐"
작년 1월,
노후대비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 칼림바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다행히 줌으로 수업을 듣고 시험도 줌으로 봤었는데, 아무리 줌이어도 방학 중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음악을 가르치기만 하던 내가 사람들 앞에서 새로운 악기로 연주했던 과정, 그리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강사가 어떻게 피드백하는지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던 것은 참 좋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과제였던 '나의 칼림바 클래스' 소개글과 지도안을 써보는 것이 내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낼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다.
1월 중순부터 AI에 대한 관심으로 관련 연수를 닥치는 대로 들었다. 연수를 많이 듣다 보니 너무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몇 가지 수업 초안을 구상했었다. 그런데 그냥 수업만 하기에는 아이디어가 너무 아깝고 좋았다. 당시 부장님이 하라고 하라고 계속 추천해 주신 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는 사실 남의 이야기라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참여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겨 3월 말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내 교직 인생이 확 달라졌다.
계획서를 본 장학사의 추천으로 난생처음 동 교과 대상 수업 나눔 강의를 진행했고,
이어 2022 개정 교육과정 자료집 개발에도 참여했으며, 교과 연구회 회장을 맡아 선생님들 대상으로 수업 나눔 및 강사 초빙 등을 진행했다.
강의를 했던 날에는 하필 뤼튼 AI 자격증 시험이 겹쳐서 난감했지만, 출퇴근 시간에 틈틈이 공부하여 결국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이외에 출판사 수업 멘토에도 선정이 되었고, 여러 개의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수업 대회에도 간단한 자료를 제출하여 커피 쿠폰, 백화점 상품권 등을 받았다.
가장 행복했던 것은 처음 나간 수업혁신사례연구대회에서 2등급을 받았던 것이다. 자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솔직히 1등급을 받을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이게 왜 1등급이 아니냐, 하지만 처음 나가서 2등급 받은 것도 정말 잘했다. 전국대회에서 3등급만 받아도 진짜 잘한 거다" 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결국 전국대회에는 입상을 하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도 했다.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고 연구대회를 준비하면서 온갖 병을 다 얻었기 때문이다.
병은 얻었지만 수업 연구대회로 교육감 상도 받고, 연구회 활동으로 교육장 상도 받았다. 교직 인생 11년 만에 받는 첫 상이라 더 가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게 다가 아니었다.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주 6회 글을 쓰고 주최자의 피드백을 받는 활동을 4월, 9월 이렇게 두 달 진행했었다. 글쓰기도 연구대회 보고서 작성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 이렇게 브런치 작가도 하고 있지 않은가.
묵묵하고 꾸준히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고, 매사 열심히 배우려는 마음 가짐으로 삶을 대하니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를 덥석 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와중에 3월에 소개팅한 사람과 연애도 4개월간 했으니 난 정말 안일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긴 했다. 작년을 쭉 떠올려보니 친구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올해는 고3 담임을 맡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장학사의 제안으로 무언가를 또 맡아버렸다.
그리고 얼마 전 위촉장을 받아왔다. 위촉장이 이렇게 부담스러운 것은 처음이었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해는 적당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내 몸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