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현대 조각가 <론 뮤익 Ron Mueck> 전시 리뷰
론 뮤익은 멜버른에서 태어난 현대 조각가로서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런던에서 활동 중이다. 1997년 <Dead Dad>를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에 발표하며 지금껏 조각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국제적으로 큰 화제를 일으켰으며, 그 후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진출한다.
아버지의 시신을 재현한 이 작품에는 뮤익의 전문성이 녹아있다. 영화의 특수효과와 인형 제작에 경험이 있는 그가 신체와 흡사한 작품을 만든 것은 자연스러운 능력 발휘일 것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 극사실주의적인 스타일을 발견하는 것은 전시의 포인트다. 검버섯, 주름, 수염, 귓속 솜털, 자다 눌린 뒷머리, 땀방울, 옷의 매무새 등에서 보이는 빛나는 디테일은 놀랍다. 조물주처럼 인간을 제작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자.
론 뮤익의 작품은 한국에서는 최초 공개다. MMCA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회고전으로 전시 중인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 4점을 소개한다.
1. Mask II, 2002, Resin and fiberglass and silicone, 77x118x85cm
전시의 첫 작품이며 뮤익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마스크 II> 이다. 관찰자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다른 얼굴을 만난다. 뒷면은 뚫려 있다. 보이드(Void)한 내부는 감상자에게 충격을 주면서 의문을 품게 한다. 많은 표정이 담긴 감은 두눈이 그의 자화상일까? 텅 빈 이면이 본모습일까?
기다란 속눈썹, 막 자라난 듯한 수염이 보이는 모공, 도톰하고 커다란 입술, 수평으로 누운 코 선, 꿈꾸는 듯한 미간, 모세혈관이 터질 듯한 이마…. 누군가를 이토록 세밀하게 관찰한 적이 있을까 싶었다. 얼핏 보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얼굴은 이 작품이 실제의 4배 크기로 제작되었기에 세밀한 관찰이 쉬워진다. 감정의 진폭도 확대한 만큼 커진다.
2. In Bed, 2005, Mixed media (까르띠에 재단 소장), 162×650×395cm
잠들기 전 하루를 반추하거나 내일을 생각해 보는 모습은 흔한 일이다. 이 작품에서 상념에 젖은 얼굴은 마치 스냅사진처럼 박제되어 있다. 순간을 정지시키고 확대하면서 작가는 '낯설게 하기'라는 장치로 우리에게 거리감을 만들어 주었다. 대상화된 얼굴을 돌아다니며(?) 관찰하다 보면 침대의 크기가 이 공간을 독차지하더라도 그녀의 눈동자에 가장 눈길이 많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에 없는 듯한 시선이 바라보는 머나먼 곳.
3. Woman with Shopping, 2013, Mixed media, 113 × 46 × 30 cm
이 작품은 어머니 연작 중 하나이다. 지난한 시간의 한 지점에서 '돌봄'의 의무를 수행하는 한 여인을 만난다, 비록 그녀의 시선은 아이를 향하고 있지 않더라도 모성애는 흐르고 있다. 양손에 짊어진 짐은 마치 어깨와 등에도 있는 것만 같다. 고단함이 지배하는 육체지만 그녀는 생명을 연장하는 위대한 작업 중이다. 고정된 아이의 눈동자는 전체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생명력이 흐르는 곳이다.
4. Man in a Boat, 2002, Mixed media, 159 x 138 x 425.5 cm
가장 상징적이고 시적인 작품인 <배에 탄 남자>. 검은 배를 타고 선두에 앉아 홀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고단한 육체는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노 젓기를 멈추고 미간에 힘을 주며 그가 하는 생각이 자못 궁금하다. 그는 목적지에 다다른 것일까? 배를 움직이는 것을 멈출 만큼 그는 '생각'에 시간을 내어주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나의 조각은 지극히 사실적이지만, 동시에 방 안에 놓인 사물이다."
하지만 의식을 장착한 인물은 사물 너머에 있다. 생각이 얼굴을 지배해서일까.
사실적으로 표현한 외관과 표정은 관찰자를 몰입하게 하고 지금 이곳의 밖으로 우리를 잠시 데려간다.
론 뮤익은 지금까지 48점의 작품만을 만들었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작업실 사진과 필름도 상영한다. 25년 동안 사진가 고티에 드블롱드가 촬영한 뮤익의 작업 과정이다. 사진을 보면 뮤익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조각이 그 형태를 찾아가는 동안 그는 정교하게 재료를 다듬는다. 상상할 수 없는 시간과 노동의 축적을 보니 왠지 숙연해지기도 한다.
전시는 7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비록 겉모습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내면의 생이다.
Although I spend a lot of time on the surface, it's the life inside I want to capture.' - Ron Mu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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