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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 Apr 19. 2022

우리들의 블루스? 그들만의 블루스


노희경의 신작 ‘우리들의 블루스 시작됐다.  작품은 시작 전부터 이병헌, 신민아, 김우빈, 한지민, 엄정화, 차승원,  스타급 캐스팅으로 주목을 끌었다. 제주를 배경으로  드라마는 현지인들만이 알아들을  있는 제주 방언을 인물들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을 제주라는 새로운 공간에    다가가게 만든다. 말은 알아들을  없지만 우리네 삶과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야기는 ‘은희와 한수’, ‘동석과 선아’, ‘영옥과 정준’처럼 인물과 인물을 중심으로 옴니버스같은 흐름으로 펼쳐진다. 이야기의 물꼬는 ‘은희와 한수’다. 골프 선수를 꿈꾸는 딸내미를 위해 집까지 정리해가며 뒷바라지하는 아버지 한수(차승원)의 모습은 짠하고 슬프다. 풋풋했던 학창 시절, 자신을 짝사랑했던 은희(이정은)가 시장의 큰 손이 되어서도 자신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한수는 아내와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벌써부터 시청자들 사이에는 은희에게 거짓된 사랑으로 상처 줄 한수에 대한 분노로 시끄러운가보다. 그런데 한 시청자의 댓글이 눈길을 끈다. 노희경 작가는 그럴 리가 없다고. 노희경 작가는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렇게 이야기가 흐를 리가 없다고.

맞다. 노희경 작가가 쓴 작품의 미덕은 ‘인간애’이고,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등장인물들의 ‘리얼리티’에 있다. 그런데 우려 아닌 우려가 생긴다. 이병헌 같은 트럭 장수에 낙향한 신민아, 한지민 같은 해녀에 김우빈 같은 선장이 있는 섬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순간, 판타지 동화 속 공간이 된다. 동석이 아닌 이병헌으로, 선아가 아닌 신민아로, 영옥이 아닌 한지민으로, 정준이 아닌 김우빈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은희와 한수’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그나마 이정은 배우가 연기하는 은희와 차승원이 연기하는 한수는 우리들 이야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으로 몇 회 만에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지만,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보는 눈은 즐겁지만 오랜만의 노희경 작가의 신작을 기대했던 사람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들은 노희경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와, 역시 노희경 작가 대단하네? 저 배우들을 다 모았어?”라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도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줄 테지만, 땀에 절고 일상에 지친, 그동안 우리를 울고 웃겨 왔던 노희경표 휴먼 드라마를 기대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잘못하면 우리들의 블루스가 아니라, 판타지 동화 속 그들만의 블루스가 되는 건 아닐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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