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를 보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ENA라는 채널은 꽤나 낯설다. 그런데 ENA 채널에 신드롬이 불고 있다. 바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tvn이나 ocn, jtbc 같은 채널에서도 작년을 생각하면, 대형 배우를 내세우고도 3-4%의 벽을 넘지 못해 주인공들이 몸값도 못 한다고 알려진 드라마들이 손에 꼽힌다.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주인공인 우영우 역의 박은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대형 배우가 없다. 그런데도 4%의 시청률을 올렸다. 1회 시청률이 1%도 안됐다는 걸 감안하면, 1회 만에 시청률이 4배가 오른 것이다.
이제는 어엿한 믿보배(믿고 배는 배우) 반열에 오른 박은빈의 최근 몇 년의 작품 활동을 보면, 그녀의 면모를 알 수 있다. <스토브리그>에서의 당차고 씩씩한 프로야구단 운영팀장의 이세영,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여리고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는 소심한 음대생 채송아, <연모>의 잘생기고 당당한 위엄을 보여주었던 이휘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고래를 사랑하는 고래 덕후인 귀염뽀짝한 자폐 변호사 우영우에 이르기까지 박은빈은 하나이면서 완벽한 여럿을 연기한다. 아역 탈렌트부터 차곡차곡 쌓아 온 박은빈의 연기 내공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신드롬의 주역은 당연히 박은빈이다.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는 이유의 할당량 9할은 박은빈이라는 소리다. 연출자가 박은빈을 캐스팅하기 위해 1년을 기다렸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박은빈은 청정하고 무구한 자폐 변호사 우영우를 사랑스럽게 표현해낸다. 아이들의 동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고래가 CG로 등장해 빌딩 건물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데도 시청자들의 불만이 없다. 작품이 개연성을 주기 보다 박은빈의 연기가 개연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실사와 애니를 합친 드라마에 적응이 됐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유미의 세포들>과 좀 결이 다르다. <유미의 세포들>이 실사와 애니가 절묘하게 구성되어 있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고래는 난데없이 빌딩 사이를 헤엄쳐 다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회의실에서 벽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고래 사진을 보고 너무 좋아 눈물을 글썽이는 우영우의 모습은 시청자까지도 감동시키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준호 역의 강태오의 눈에서 우영우를 향한 하트가 쏟아질 때 시청자도 함께 하트를 날리게 된다.
서울 어딘가에 한바다같은 로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선영(백지원)같은 로펌 대표님과 자폐아라는 뒷장 못보셨냐며 대표에게 따지다, 자폐라고 우영우 변호사를 거부하는 의뢰인을 차별주의자 아니냐고 소리지르는 정명석(강기영) 같은 변호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영우와 동행했다가 후배가 우영우를 자폐아 취급하자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준호(강태오)같은 착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꿈꾸게 된다. 동화에는 착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악당들이 나온다. 착한 사람들이 악당들을 골탕 먹일 때 독자는 신난다. 마치 세상의 정의는 그러해야 한다며, 살만한 세상이라며 해피엔딩을 선물해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검사들이 시선을 잘 못 맞추는 우영우 변호사를 장애인으로, 무능력자로 비하할 때나 의뢰인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때, 우영우가 말한다. 우영우가 허공을 향해 45도 눈을 치켜 뜨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상대 논리를 한 번에 무너뜨리며 해당 법조항을 읊어댈 때,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일정한 톤으로 말하는 우영우의 말은 낯설지만 오히려 리드미컬해서 노래처럼 들리기도 한다. 신난 우영우와 함께 시청자도 신바람이 난다. 그리고 심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며 우영우가 미소지을 때,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렇게 팍팍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어른들에게 위안이 되어주고 웃음이 되어준다. 영우가 사는 드라마 속 세상이 거짓말인줄 알지만 어쩌면 현실도 드라마처럼 살만한 세상일지도 모른다고 꿈꾸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3회 만에 한국 넷플 1위를 차지하게 만든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