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아름답고 처연한

붕.괴.되.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면, 이 다섯 낱말은 제목만큼이나 영화 전체의 무게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기 전, 헤어진 결심이라고? 물음표를 찍고 보기 시작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누군가에게 붕괴 당해 아픈 사람과 다른 사람을 붕괴 시켜 고통스러운, 남자와 그리고 여자가 남는다. 그들의 사랑은, 거센 파도가 밀려와 흔적을 지운다.     

형사 해준(박해일)은 산 정상에서 추락해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형사인 해준에게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라고 말한다. 마침내 라니. 한국말이 서툰 서래의 말은 해준에게 의심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서래는 울부짖지도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를 해준은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하며 서래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며 혼란스러워한다. 해준에게는 지방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는 어여쁜 아내가 있고 둘 사이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자꾸 서래를 향하는 마음 때문에 해준은 혼란스럽고 괴롭다. 이런 해준의 모습을 즐기는 듯, 서래는 해준 몰래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영화를 본 관객은 다 서래를 알아챘을까? 해준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늙고 폭력적인 남편 아래 호스피스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서래는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될 수 없다는 깊은 늪에 빠져버리고 만다. 아내를 두고 서래를 보면서 자꾸 미소가 번지는 해준을 보며, 불안해진다. 해준이 서래를 자유롭게 해주기 바로 직전, 서래가 담당했던 할머니를 서래를 대신해 돌보러 간 해준은 피할 수 없는 유죄 증거인 스마트폰 앞에서, 붕.괴.된.다. 그리고 서래에게 말한다.     

"저 폰은 깊은 바다에 버려요. 아무도 못 찾게요."     

붕괴됐다고 말하는 해준의 말을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는 서래. 서래의 사랑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바로 해준의 사랑이 끝난 바로 그 시점에서.     

시간이 지나고, 경찰 건물의 창 너머로 서래는 붕괴된 해준을 내려다본다. 서래가 해준을 보는 사이, 서래의 새 남편은 서래 폰 속에 담긴 해준의 사랑 고백을 듣는다. 잘못하다간 해준을 또 다시 붕괴시킬 수 있다. 그래서 서래는 마지막 선택을 한다. 서래는 해준에게 묻는다.     

“내가 나쁩니까?”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미장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담배를 물고 땅을 파는 탕웨이의 깊은 눈 때문에 관객은 페이소스에 빠져버린다. 밀물이 모래사장을 덮어버리고, 서래를 찾아 목 놓아 부르는 해준의 목소리가 바닷가에 흩어진다. 서래와 바닷가 바위들과 모래들과 해준을 멀리서 잡는 부감 숏은 관객을 아리게, 먹먹하게 만든다. 이렇게나 아름답고 처연한 라스트 씬이라니.     

탕웨이는 탕웨이 했다. 박찬욱 감독이 탕웨이를 생각하고 서래를 썼다는 말이 맞았다. 탕웨이는 선,악의 어느 사이, 순수와 속물의 어느 사이의 너무 복잡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서래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더듬거리는 말투, 눈빛, 미소... 그리고 스모키 화장까지. 관객은 서래에게 몰입돼 함께 사랑 고백을 리플레이해서 듣고 해준을 붕괴시키지 않기 위해 헤어질 결심을, 한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 헤어질 결심에, 납득된다.     

아름다운 영화, 헤.어.질.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