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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Pattern Feb 05. 2021

뉴트로 : 그리움과 설렘의 문화

[트렌드]


한층 수그러든 롱 패딩 열풍에 이어 다시 숏 패딩이 등장하고

트위드 룩, 데님 룩이 다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투명 템플 안경이나 사각형의 손목시계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었던 디자인이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클래식한 세련됨을 상징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듯이 

전에 유행했던 디자인과 센스들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는 패션계뿐만이 아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디자인의 가전제품들과, 90년대에 볼 수 있었던 추억의 과자들까지. 




그러나 이를 더 이상 ‘복고’ 혹은 ‘레트로’라고 부르기는 어색하다. 

‘레트로(re-tro)’란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말하는데,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태도이기에 그 주체는 주로 7080 세대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중장년층이 아닌 1020세대들이 주체가 되기도, 그들을 주된 타깃으로 공략하기도 하는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인 ‘뉴트로(new-tro)’가 떠오르고 있다. 

이는 과거의 향수로 중장년층에게 호소하는 것과는 다르게

신선함의 설렘으로 젊은이들을 설득한다. 


비록 그들은 경험하지 않은 과거이지만, 모자람이 주는 미학에 끌린다.

알 수 없는 불완전함이 주는 충족감은 모순적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 신선함을, 감성에 취할 시간이 넉넉지 않은 사회에서 센치함과 여유로움을 받는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이토록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설렘’을 추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소셜 미디어 속의 세상이다. 

SNS에서의 온갖 과시와 자랑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은 사회 문제로 자리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신과 타인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나서려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새 것 대신 낡은 것, 화려하고 튀는 것 대신 밋밋한 것에서 정서적 충족감을 얻으려 한다. 

덕분에 촌스럽고 보잘것없다고 여기던 낡고 오래된 과거에 대한 시선도 따뜻해졌다.


출처 : yes24, 리디북스


다른 하나는 무자극의 자극불편함에 대한 신선함이다. 


2019년 온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김소월 작가의 『진달래꽃』이 진입했다. 

심지어 세로 쓰기와 초판본의 글꼴 및 표지 디자인을 재현한 책들은 

현대인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세로 쓰기에 요즘 익숙하지 않은 궁서체의 붓글씨는 책의 가독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편함을 이색적인 매력으로 받아들이며 신선하다고 여긴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을 접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변화’가 익숙하다. 

그들은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을 찾기에 빠른 싫증도 수반된다. 


이에 뉴트로 문화는 오히려 무자극의 신선함으로 

이들에게 새로움을 넘어 전혀 다른 방식에서의 매력적인 자극을 제공한다.


출처 : 조선일보


이러한 배경에서 유행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1994,1988>은 

그 시대를 경험한 이들이 보고 “그때가 좋았지”하게 한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과거를 미화시키고 현재에 대한 실망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7080 세대들에게 이것이 설령 ‘미화된’ 과거라면 어떻고, ‘착각’이라면 또 어떤가. 

오늘날 기억 속에서 돌이켜 보았을 때

그 순수한 기억이 현재에 대한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보다 좋은 위로가 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뉴트로는 과거를 파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분위기와 정서를 빌려, 현대인들의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현재를 파는 것이다. 

왜 우리는 꼭 과거에서 깨어나야만 하는가. 

모두가 이미 꿈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보다 너무나도 생생한 현재를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면, 억지로 흔들어 깨울 필요는 없다. 


뉴트로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설렘으로 

모든 세대들에게 달콤하게 다가오는 문화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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