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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Pattern Feb 05. 2021

성인 애니메이션의 시작 : 인사이드 아웃

[영화 리뷰]

 유치할 것 같아!
애들 영화인데 뭘, 내용에 깊이가 없지.
어른들은 아이들 손에 잡혀오는
물고기일 뿐이야.





흔히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드는 생각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러나 인사이드 아웃은 다르다.

‘뒤집는다’는 뜻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정말 관객들의 예상을 뒤집었고

많은 걸 배제하고 사는 어른들의 성찰을 돕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주요 소재로 하여 감정의 기본적 이론에 맞게

사람의 감정,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인격형성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기쁨, 까칠, 슬픔, 분노, 소심'


이를 캐릭터화 해서 애니메이션 다운 특성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다섯 가지의 감정을 조화롭게 균형 맞추어야 진정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이지만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였다.

여기서 '균형'은 건강 같은 신체적 밸런스가 아닌

정신적 밸런스를 의미한다.


나 역시 삶을 '이성'이 아닌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되돌아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왠지 모를 우울감이 밀려오거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고맙게도(?) 내 '이성'은 괜찮다고 합리화시켰다.


이 영화 덕분이었다.

그런 이성에게 밀려 늘 뒷전이었던 내 '감정'에게

'괜찮니?' 하는 안부를 물을 수 있었던 것은.


출처 : 네이버 영화


실제로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감정표현이란

남에게 패를 들키는 패배의 원인으로도 여겨지기에

기쁨은 숨기고 슬픔은 억누르게 된다.


마음대로 기쁨을 표현하면 가벼운 사람이라 평가받기 쉽고,

슬픔을 표현하면 자존감이 낮고 만만한 사람이라 평가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화에서 ‘기쁨이’와 ‘슬픔이’가 가출한 것으로 잘 표현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에서처럼 기쁨과 슬픔 없이

적대적인 분노, 허세와 까칠함, 비굴한 소심함으로만 세상을 살아가기 일쑤다.

 

아직 기쁨과 슬픔을 다시 소환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틈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래서 영화에서는 돌아오기 힘든 기쁨이와 슬픔이의 조력자로 ‘빙봉’을 등장시킨다.

 코끼리로 표현된 에너제틱한 그는, 어린 시절 가상의 친구이다.


내 마음속에는 어떤 '빙봉'이 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마 어릴 때 아끼던 토끼 인형이 아닐까.


내가 찾은 빙봉의 의미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인간다움이었다.

우리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들을 '핵심 기억'에 넣고 살고는 한다.


그래서 재밌는 것에 웃고, 궁금한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등

기본적 인간다움인 ‘빙봉’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영화를 본 아이들은 단순히 빙봉을

주인공의 친구, 기쁨이와 슬픔이의 조력자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른들에게는

핵심 기억에서의 자리를 빼앗긴 소중한 것들에 대해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매개체로 다가왔을 것이다.


모두들 영화를 보고, 마음속의 빙봉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나가버리는 사람들 틈에서

천천히 올라가는 엔딩 크레디트를 살피다 보면

이런 행운을 발견할 때도 있다.


This film is dedicated to our kids.
Please don't grow up. ever.



간단하게, ‘철들지 마라’는 메시지다.

아이들에게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실제로 철부지로 살라는 뜻이 아니다.


바쁜 일상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 때문에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잊어버리지는 말라는 교훈이다.


마음속에 자리한 소중한 빙봉을 꺼내어

핵심 기억에 자리를 내어주라는 것이다.


아마 우리 어른들에게는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아이들 손을 잡고 들어갔던 영화관에서 성인들이 더 감명을 받고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를 '성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고 싶다.




나도 때때로 두렵다.

'나의 핵심 기억들이 까칠과 소심과 분노로만 이루어지게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아무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도 잊어서는 안 될

'나 자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핵심 기억에서 지켜내야 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자칫하면 유치할 수 있는 소재를

현대인들과 잘 연관 지은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표현했다.


재미와,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약간의 무게감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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