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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Pattern Feb 24. 2021

[잡상념]

“징글벨 징글벨 징글 올 더 웨이-”


활기찬 캐럴이 들리는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이유 없이 들뜬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도 아쉬운 듯 하늘을 봤다. 

‘다소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철석같이 믿었다. 

연말의 설렘을 더해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춥지만 눈이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맑은 하늘이었다. 

‘그래도 내일은 눈이 올지도 몰라.’ 하며 걷다 보니 국회의사당 앞이었다. 

가게 곳곳에 빨간색과 녹색 장식이 가득했지만, 

내 눈을 끌어당긴 것은 다른 빨간색이었다.


'제정!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국회 앞 덩그러니 놓인 녹색 텐트에서는 뉴스에서만 보던 단식농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는 이들은 연말의 설렘으로 가득한 눈이었지만, 

텐트 안 사람들의 눈은 희망을 잃은 듯 공허했다. 

모두가 행복하면 좋으련만,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의 아픔을 내가 어찌 감히 공감할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으로 텐트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로 14일째란다. 

관심을 주어 고맙다며, 돌아서는 내 뒤로 중얼거림이 들렸다. 


"눈이나 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목이 메었다.

단지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눈을 바라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올해는 녹색 트리에도, 텐트에도 절대 눈이 쌓이지 않았으면‘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돌아가는 길, 조금은 슬픈 캐럴이 들리는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징글벨 징글벨 징글 올 더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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