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이 동요는 유지영작사 윤극영작곡으로 1924년에 지어졌다.
어린 시절 겨울이면 참 많이 불렀던 동요이다. 그 때는 정확한 가사의 내용이나 뜻도 모르고 불렀었다. 수정 같은 고드름을 발로 엮어서 새색시 방에 커튼처럼 달아 놓는다는 노랫말이 얼마나 예쁜 풍경인지 나이 들어서 알았다. 2절에 ‘햇님 달님이 각시님에게 놀러와 문안하고’, 3절에는 ‘각시님이 겨울 바람에 감기들까’ 걱정하는 가사가 애틋하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겨울이면 처마에 매달려 있는 고드름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 때는 방문만 열면 바로 밖이니 정말 고드름이 발처럼 펼쳐져 한 눈에 들어왔다.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은 지난밤 눈이 녹아 생긴 물을 먹고 자라난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따뜻한 햇살이 고드름에게는 짓궂게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밤새 추위를 견디며 몸을 날렵하게 키워 놓은 고드름이 결국에는 눈물을 쏟으며 떨어지고 만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자연이 주는 놀이가 대부분인 시절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이것도 큰 추억이다. 특별한 놀잇감이 없었던 때라 고드름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장난감이 되었다. 과자처럼 먹어보기도 하고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은 길고 굵은 것을 따서 칼싸움 놀이도 했다.
그런데 강산이 여러 번 바뀌어서일까, 아니면 환경이 격하게 변한 탓일까. 겨울이면 수년 만에 온 한파라며 고드름 주의보가 발령된다. 고드름이 누구를 해치기라도 한다는 것인지. 나의 가슴속 고드름은 겨울이 주는 특별한 친구인데 이 무슨 당치않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추위가 한풀 꺾이면서 들려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고층 건물에 생긴 무지막지한 고드름이 떨어지면 길 가던 시민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방대원들이 나서 제거작업을 한다는 소식이다. 또한 고드름이 크게 붙어 있으면 신고를 하라니 마치 죄인 같다. 그동안 간직해온 겨울의 숨결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요즘은 고드름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동심의 상징과도 같은 고드름이 점점 빛을 잃어 간다. 각종 매스컴에서는 고드름을 흉기라 부르며 조심하란다. 겨울의 정취인 고드름을 흉기라 부르는 것이 유감스럽다. 보통의 사람들은 고드름을 시골 단층 집 처마에 가지런히 매달려 있는 풍경을 생각한다. 도심 속 고층 빌딩에 붙어 있는 얼음 덩어리를 고드름이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 우리 자손들은 ‘고드름’ 동요도 모르고 자랄 텐데 고드름이 사람을 해치는 나뿐 것으로 알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여행을 가고 각종 이벤트를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도 세월이 가면 추억이 되는데, 자연으로부터 받은 동심은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