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잎이 떨어질 때까지

by 원은미

하얀색 옷 나풀나풀 입고

사람들 시선 받으러 먼 길 왔는데

반기는 이들 하나 없네요


노란색으로 물들인 옷 입고

뽐내려 비바람 맞으며 왔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분홍색으로 다섯 폭 치마 만들어 입고

어두움을 견디며

숨 막히는 세월을 지나 왔는데

늘 오던 세상이 아닌 것 같아요

어찌된 일일까요


하얀 꽃이 말합니다

사람들 입에 붙은 저 하얀 꽃잎은 무얼까?

사람들이 무언가에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아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슬픔에 차있어요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해요


노란 꽃이 말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이에요

집안에서 나오려 하지 않네요

우리가 알록달록 옷 해 입는다고

자기들도 덩달아 옷 해 입고 거리를 누볐는데

가끔은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러 오는 탓에 지치기도 하고

내 옷을 더럽히기도 해 속상 했거든요


분홍 꽃이 말합니다

사람들 어깨가 축 쳐진 것이 아무 감흥이 없어요

나를 볼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눈에 선해요

우리가 사람들에게 웃어주면 희망을 가질거에요

지금은 앞이 어둡지만 곧 지나갈 거라고

우리도 꽃을 피우기까지 힘들었다고요


얘들아, 웃음을 잃은 사람들에게 힘껏 웃어주자

꽃 봉우리들은 게으름 피우지 말고

사람들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꽃을 피워봐요

사람들 입에 붙은 하얀 꽃잎이 떨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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