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하면 왠지 나 같은 아줌마보다 멋쟁이 처자(處子)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요즘 들어 향수에 관심이 생겼다. 꼭 향수를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대접을 해 주고 싶어서다. 그 일환으로 향수가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백화점에 갈 때마다 향수 파는 코너를 기웃거리곤 했다. 가끔 가격을 물어 보기도 했는데 만만한 가격이 아니라 매번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섰다. 저 물이 뭐라고 저리 비쌀까. 아차! 이래서 예전에 딸아이에게 면박을 받기도 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 물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그런 물이 아닐 것이다. 그 영롱함은 꽃잎이든 열매든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나온 귀한 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향수하나 산다고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망설여지는지 모르겠다. 때마침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향수를 꼭 사리라 마음먹고 백화점으로 갔다. 향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전적으로 백화점 직원의 말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많은 향수들이 다 무슨 향인지는 모르지만 병만 봐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이 ‘나 향수다’ 하는 것 같다. 빛깔도 어찌나 고운지 하늘에 무지개가 있다면 땅에는 향수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향과 빛깔이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그런데 병모양이 호화로워 진귀한 보석 같다. 순간 향수보다 병 값이 더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역시 나는 아줌마야’ 어째서 향수 사러 왔다가 병 값은 따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백화점 직원이 열심히 설명을 하며 이 향수 저 향수를 살짝살짝 뿌려주는데 뭐가뭔지 모르겠다. 눈만 깜박거리고 있는 내 얼굴을 보더니 핑크빛 병 하나를 내민다. 석류향이라며 상큼한 것이 러블리한 향수라 한다. 나는 러불리라는 말에 혹해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권하는 향수를 사고 말았다. 이 나이에도 사랑스럽고 싶은가보다.
아닌 게 아니라 나이 들면서 좀 더 예쁘고 멋지게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었을 때 누가 봐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아무튼 향수 하나를 이토록 큰마음 먹고 샀으니 분명 나는 너무 아껴써서 아주 오래도록 내 곁에 잡아둘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잠시 머물다 날아가는 향기가 아니라 내면의 향기가 지속적으로 나도록 배움으로 나를 성장시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