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마지막까지 계시던 요양병원 303호
창가에 해가 찾아와 아버지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창문너머 교회의 작은 십자가가 아버지를 위로한다
가끔 들르는 자식은 얼굴 한 번 비출 뿐
돌아갈 때는 이깟 것도 제 할 일 다 했다는 듯 고개가 빳빳하다
어느 날은
아버지 침상에 희뿌연 이불만 덮여 있었다
한 평도 안 되는 자리 하나 겨우 차지하고
마지막을 보내는 삶인데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나의 말에 간병인이 와서 이불을 젖힌다
그 속에는 해풍에 말라가는 가자미 같은 아버지가 눈만 껌벅이고 계셨다
바람 앞에 촛불도 이보다는 나을 터
죽음이 지척인 아버지의 모습에는 물기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자식을 알아보는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하나
아버지는 먼저 가신 엄마 베개를 보물처럼 안고 계셨다
퀴퀴한 냄새뿐인데 엄마 냄새가 난다고 했다
병원과 요양병원을 옮겨 다니며 잃어버린 베개
애잔한 것은 그 베개를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지금이다
불면증으로 오랜 세월 약을 드셨는데
이것도 다 잊어버려 약 없이도 잘 주무신다고
밥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시던 것도 잊으셨다
그러면서도
당신이 평생 사셨던 집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던 아버지
아버지는 2021년 5월
봄꽃 하나 눈에 담지 못하고
그리운 엄마 곁으로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