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의 반란

by 원은미

40대 중반 어느 날, 오른쪽 팔이 반기를 들었다. 더 이상은 일을 못 하겠다고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팔이 가끔 신호를 보냈는데 무시했었다. 점점 강도가 높게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먼저 팔의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뼛속 사진을 찍었다. 시커먼 필름에 불빛을 비춰보는데 뼈들이 속속 들어났다.


의사 선생님 왈, ‘뼈에는 이상이 없네요.’ 내가 보기에도 뼈들이 가지런히 잘 놓여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주부들에게 흔히 나타는 증상이에요. 물리치료나 좀 해 보세요.’ 이 말을 듣고 있던 팔이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어째든 팔을 위로하기 위해 따뜻하게 감싸주고, 마사지해 주고 조물조물 만져주며 달랬다. 그리고 빨간 불을 쬐여주며 기분전환도 시켜주었다. 이런 노력에도 성난 팔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눈물로도 하소연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나도 화가 났다. ‘안 되겠어. 더 이상은 나도 못 참아. 본때를 보여 줄 거야.’ 하는 마음에 한의원으로 데리고 갔다. 설마 침 앞에서는 무장해지 하겠지 하며 뾰족한 침 7,8개 정도를 아예 팔에 꽂아 놓고 항복하기를 기다렸다. 한두 달이 지나도 꿈적 하지 않는다. 겉모습이 멀쩡해 보여 이렇게까지 화가 난줄 몰랐다. 수십 년 먼지처럼 쌓인 것이 이제야 들고 일어나나 보다. 짠한 마음과 원망의 마음이 교차한다. 무심하게 방치한 것이 후회가 되어 보상이라도 하며 위로해 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좀 더 팔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을 수소문해 찾아 갔다. 의사 선생님 왈, ‘많이 아프시죠. 얼마나 팔을 많이 썼으면 고장이 났어요. 무조건 쉬어야 해요.’


그래, 그동안 가늘고 매끈했던 팔을 혹사 시켜 팔뚝장사로 만들었으니 반기를 들만도 하지. 그렇다고 무작정 쉬게 해 줄 형편은 못 되었다. 대신 팔에게 지웠던 짐을 조금씩 줄여 주었다. 혼자 하던 집안일을 남편과 아들에게 일정부분 떠맡기고 매일하던 청소는 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최대한 간편하고 편리한 도구도 마련해 그 능력을 도움 받았다. 이제야 팔이 화가 좀 누그러지나 보다.


그래그래 고맙다. 7개월 쯤 지나면서부터는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이만만 해도 살 것 같았다. 앞으로는 팔의 화를 돋우지 않기 위해 동고동락하며 살아야 하지 싶다. 지금 팔의 화가 조금 남아 있는 것은 늘 조심하라는 경고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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